전국 대표 야행으로 근대 역사체험의 장으로 거듭나
개항기 근대 역사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인천만큼 매력적인 도시는 찾기 힘들다. ‘최초’와 ‘최고’라는 명칭을 가진 다양한 근대 역사를 도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인천이다. 서양식 공원인 만국공원(현 자유공원·1888년)을 비롯해 등대의 효시 팔미도 등대(1903년), 대불 호텔(1887년), 경인 철도(1899년)가 모두 인천에서 첫선을 보인 대한민국 최초다.
1883년 개항으로 열강들이 앞다퉈 인천(제물포)에 진출하면서 그 배경이 됐다. 개항기 제물포는 대한민국의 관문이었다. 요즘 흔히 얘기하는 국제 비즈니스 허브 도시였다. 열강들은 자국의 국민이 배타적인 권리 행사가 보장되는 조계(租界)를 서둘러 만들었다. 차이나타운과 인천 중구청이 있는 주변에 조계 지역이 들어섰다.
그리고 일본 중심의 열강들은 영원히 이 나라를 지배할 것이라는 착각에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인천 중구 신포로 23번 길은 개항기 일본은행이 몰려 있던 금융가가 대표적이다.
르네상스식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1899년 준공)은 현재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제18은행 인천지점(1903년 준공)은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자유공원 아래 위치한 제물포구락부와 신포 사거리에 있는 인천우체국, 대한성공회 내동교회와 한국천주교 답동성당은 모두 개항기 당시의 근대건축물이다.
개항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에서 10번째 야간 축제가 열린다. 인천시는 국가유산청에서 선정한 전국 최우수 야행인 ‘2025 인천 개항장 국가 유산 야행’이 6월 14일, 15일 이틀간 개항장 일대에서 열린다고 8일 밝혔다. 올해는 총 2회 열리는데, 6월에 이어 9월에도 개최된다.
인천 개항장 국가 유산 야행은 개항장 거리를 중심으로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시(夜市), 야식(夜食), 야숙(夜宿)’ 등 ‘8야(夜)’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체험과 공연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지역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길거리 예술공연 ‘야행 프린지’ 프로그램은 지난해 처음 도입돼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 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또 국가 유산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도보 탐방’과 전문 연극 배우가 진행하는 ‘국가 유산 도슨트’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도 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야행 10주년을 기념해 개항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국제도시 페스타’ 등 새로운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또 수백 대의 무인기가 개항장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도시로서 인천의 명성을 알린다.
국가유산청과 중구청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야간 체험형 축제로 1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개항장의 국가 유산을 활용해 개최된다. 2016년 인천시가 주관하는 ‘밤마실’ 축제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1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인천을 대표하는 야간축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국가 유산 대표 브랜드 10선’에 강릉과 함께 선정되는 등 인천을 넘어 전국적인 대표 야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윤도영 인천시 문화체육국장은 “이번 인천 개항장 국가 유산 야행은 근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 발전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축제로 꾸며졌다”며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경험해 지역정체성 확립과 원도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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