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골프장 사망사고, 중대재해법 적용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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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골프장 사망사고, 중대재해법 적용 안되는 이유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은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중대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재해’를 의미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1명 이상 사망하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재해’를 의미한다(동법 제2조 제3호).

위 중대재해 정의 규정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중대산업재해’보다 ‘중대시민재해’가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건들은 대부분 중대산업재해에 치중되어 있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 외에 일반 시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음에도, 사업주들도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평소 컨설팅 등을 통해 재해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오송지하차도 참사 사고로 청주시장 등이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경우 외에는 재판 중인 사례가 거의 없고, 수사기관에서도 중대시민재해로 의율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대시민재해 사례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골프장 관련이다. 골프장에서는 의외로 종종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공을 주우려고 연못(워터 해저드)에 들어가다가 익사하거나 다른 사람이 친 공에 맞거나 또는 이용객이 타고 가는 카트가 전복되는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다.

최근 동반자가 친 공에 골프장 이용객이 맞아 사망한 사건에서 검찰은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이 원인이 되어 이용자가 사망하여야 하는데, 동반자가 친 공에 맞아 사망한 것에 불과하므로 범죄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반면에 동반자와 골프장 캐디는 다른 죄명으로 기소되었다(2025. 4. 3.자 한국경제 등).

또한 중대시민재해가 성립하려면 연못 익사나 카트 전복으로 인한 사망도 기본적으로 연못이나 카트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어야 한다. ‘공중이용시설’은 시설의 규모나 면적 등을 고려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시설을 의미하고, 다양한 형태로 규정되어 있으나 특정 시설이 아니면 기본적으로 건축물에 해당되어야 한다.

클럽하우스와 같은 건축물이 아닌 페어웨이는 지붕, 기둥 또는 벽이 없는 개방된 공간이므로 페어웨이에서의 사고나 연못, 카트 등의 관리상 하자로 인한 사망 사고에서 페어웨이, 연못, 카트 등을 공중이용시설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 관련이다. 차량을 운전하던 중 갑작스런 도로 땅꺼짐 현상으로 인하여 다수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차량이 운행되는 장소 중 중대시민재해의 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은 ‘도로교량과 터널’ 정도이다. 그것도 모든 교량과 터널이 아니라 ‘연장 100미터 이상의 교량, 연장 1천미터 이상의 터널, 3차로 이상의 터널, 터널구간이 연장 100미터 이상인 지하차도’ 등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교량과 터널에 한정된다(동법 시행령 별표3).

이처럼 일정 요건을 갖춘 교량과 터널이 아닌 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다가 땅꺼짐 현상으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중대시민재해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법률 개정을 통해 일반적인 도로의 관리상 하자를 원인으로 사고 발생시 중대시민재해로 의율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 번째는 특정 목적으로 일반 시민들이 임차하는 ‘전세버스’ 관련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꽃구경이나 등산 등을 위해 버스를 임차하여 가던 중 버스에 대한 관리상의 하자를 원인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중대시민재해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전세버스가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고, 그 외 다른 요건도 갖춘 경우에 형사처벌 가능하나, 여기서는 ‘공중교통수단’ 해당성 여부만 살펴보기로 한다.

중대시민재해로 의율되는 ‘공중교통수단’ 중 버스의 경우는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외버스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승합자동차’를 의미한다(동법 제2조 제5호 다목). 시내버스운송사업, 농어촌버스운송사업, 마을버스운송사업 등은 제외되어 업종간 형평성 논란은 있었으나, 시내·농어촌·마을버스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에 의하여 운영된다는 측면이 고려되었다.

전세버스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시외버스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승합차가 아닐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승합자동차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세버스는 등산 등 목적을 위한 특정인들이 이용하는 버스이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대시민재해가 될 수 있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살펴 보았으나, 실제 일상 생활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중대시민재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현재 실제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들은 중대산업재해 외에 중대시민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소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한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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