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투자환경 전략 짜는 샘 리스터
최근 방한해 정부 및 기업들 접촉
韓기업들 현지투자 확대 발판될
‘인베트스 2035’ 정책 세일즈
거래적접근 아닌 상호윈윈 기치로
한국 강점 방산서 투자기회도 모색
“양국 간 금융서비스 개방 확대,
亞금융허브 노리는 韓에도 도움”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처럼 한국의 경제 도약에 영국은 뜻이 맞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한·영 경제 협력 관계의 새로운 업그레이를 모색하기 위해 영국 정부의 산업·통상 전략을 이끄는 두 명의 고위 공무원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유명 대기업과 중견기업 관계자들과도 회동하며 상호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샘 리스터 산업통상부 산업전략국장과 마틴 켄트 산업통상부 아시아태평양지역통상대사다. 이들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며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영국 정부의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적극 소개했다.
영국 정부는 작년 10월 고성장 분야에 대한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해 10개년 산업전략인 ‘인베스트 2035’를 발족했다. 이 로드맵을 통해 특히 친환경 해양 산업, 해상 풍력,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구체화하고 현실로 이행하는 주축인 리스터 국장과 켄트 대사는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18~20일 사흘 간 한국을 찾아 민관 세일즈 행보를 전개했다.
리스터 국장은 매일경제에 “지금은 영국과 한국 간 파트너십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께서 경제 성장과 안보를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며 “특히 인도 태평양 지역과 유럽 대서양 지역의 번영과 안보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확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터 국장은 이어 한국이 ‘뜻이 맞는(like-minded)’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면 서로의 강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경제를 갖췄고 영국은 과학·연구 기반이 탄탄한 편”이라며 “이런 데서 양국 간 파트너십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인베스트 2035’ 전략을 고도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산업단체, 학계, 노동조합 등 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
리스터 국장은 “이번 전략의 핵심은 영국이 기업들이 투자하기에 쉽고 빠르고 수익성 높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총 3500명으로부터 응답을 수집했고 오는 6월에 그 결과 도출된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터 국장은 특히 투자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우리가 받은 의견 중 하나는 관료적 절차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총리께서 최근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한 것처럼 영국 정부는 투자 관련 규제를 최대한 단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에 대해서는 양국 간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양국 간 금융서비스 관계도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영국 기업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성장하고자 하는 한국의 야망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켄트 통상대사는 한국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영국은 항상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국가로 단순한 거래적인 접근보다는 깊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켄트 대사는 이어 “아시아 시장에 대한 영국 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며칠 동안 금융서비스와 방위산업 등 분야에서 영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기회를 타진했는데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더 많은 일자리와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켄트 통상대사는 특히 싱가포르를 개방경제의 좋은 사례로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적지만 현재 6200개의 영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싱가포르 내 투자된 영국 자산 규모는 한국보다 두 배 이상 크다”며 “이는 한국이 일부 장벽과 보호무역 조치들을 완화할 수 있다면, 영국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기회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두 사람은 18~20일 사흘간 한국을 찾아 세아제강, 한화 등 기업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한영국상공회의소(BCCK) 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나 한국 내 영국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