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오피스텔 뺨치네"…MZ 직장인·유학생 '여기'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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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오피스텔 뺨치네”…MZ 직장인·유학생 ‘여기’ 다 모였다

지난 12일 찾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2가 ‘홈즈스튜디오 안암’은 입주 2주차 건물의 적막함 대신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졌다. 현관을 청소하던 입주 관리 직원을 향해 백팩(가방)을 맨 외국인이 영어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직원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인사에 응했다.

스타트업 CEO, 대기업 근무 외국인 등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코리빙 레지던스 홈즈스튜디오가 동대문구 안암동에 새 지점을 열었다. 20년 넘은 낡은 리빙텔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MZ세대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평균 월세에 약 1.7배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에도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 1개월 단위 계약 등을 선호하는 타깃 수요층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팬트리부터 업무공간까지…취향 따라 고르세요”

지난달 28일 입주를 시작한 홈즈 안암은 프롭테크 스타트업 홈즈컴퍼니가 운영하는 코리빙 레지던스다. 코리빙은 침실, 화장실 등 개인 공간과 별도로 거실 역할의 커뮤니티 시설, 헬스장 등 공용 공간을 확보한 주거 형태를 일컫는다. 이곳은 4가지 유형, 60실(3~8층, 층당 10실) 규모로 조성됐다. 모두 전용면적 25.2㎡로 동일하며, 일반적인 오피스텔 원룸과 비슷한 수준이다.

방 구조 및 특성에 따라 일반형, 수납강화형, 워크형, 벙커형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일반형은 한쪽 벽면을 따라 부엌, 냉장고장, 옷장·수납장이 있고 반대쪽 벽면에는 침대가 놓여 있는 구조다. 오피스텔 자취방을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 구조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가장 넓게 느껴졌다. 화장실과 침실 사이에 팬트리를 넣은 수납강화형은 여성 입주자와 ‘취미 부자’ 입주자 선호가 높다. 다량의 옷을 걸거나 자전거, 골프 가방 등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 분리 효과도 있어 시각적으로 깔끔한 느낌을 준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2가 수산 리빙텔(왼쪽 사진)의 모습. 20년 넘은 이곳은 최근 코리빙 레지던스 홈즈스튜디오 안암으로 재탄생했다. 홈즈컴퍼니 제공

서울 성북구 안암동2가 수산 리빙텔(왼쪽 사진)의 모습. 20년 넘은 이곳은 최근 코리빙 레지던스 홈즈스튜디오 안암으로 재탄생했다. 홈즈컴퍼니 제공

홈즈컴퍼니 관계자에 따르면 재택근무가 많은 직장인은 워크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납강화형에서 팬트리가 들어선 공간이 업무 공간으로 바뀐 구조다. 책상과 침대 헤드를 맞붙여 공간이 분리된 효과를 냈다. 의자 등 뒤로는 옷장을 추가로 넣어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영상 미팅 때 배경으로 나오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벙커형은 침대 프레임 높이가 높은 ‘벙커 침대’가 설치된 공간이다. 행거형 옷장 대신 수납장을 설치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는 구조를 상쇄했다.

홈즈스튜디오 안암 2층 커뮤니티 시설 중 하나인 소파 공간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홈즈스튜디오 안암 2층 커뮤니티 시설 중 하나인 소파 공간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2층과 옥상에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다. 옥탑방은 명상·요가·영상 시청 등을 할 수 있는 ‘웰니스룸’으로 꾸며졌다. 옥상에는 최대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캠핑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돼 있다. 관리 직원 A씨는 “입주자들이 퇴근 후 옥상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2층에는 거실처럼 꾸며진 소파 공간과 음악을 들으며 안마 의자를 이용할 수 있는 ‘릴렉스룸’ 등이 있다. 코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1대씩 있어 방에 있는 세탁·건조기로 빨기 어려운 침구류 등을 관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 CEO·외국인…타깃 수요층 명확해

혼자 살기 적당한 크기에 깔끔한 느낌, 안면 인식을 활용한 출입 보안까지. 자취하기 좋은 환경인 이곳은 임대료가 얼마일까?

홈즈스튜디오 안암 현관에 설치된 안면인식 출입 통제 장치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홈즈스튜디오 안암 현관에 설치된 안면인식 출입 통제 장치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보증금 200만원에 월 임대료 125만원, 관리비 25만원 수준이다. 1개월 단위로 계약할 수 있으며, 6개월 이상 체류 땐 월 10만원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올해 4월 서울 평균 월세인 70만원(다방 발표 기준)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임은 분명하다. 4가지 유형 모두 같은 가격이며, 인덕션, 세탁건조기, 냉장고, 에어컨이 기본 제공된다. TV, 전자레인지, 밥솥, 소파는 유상 옵션이다.

높은 임대료에도 명확한 수요층이 있어 공실률(서울 내 1년 이상 운영 기준)은 약 2% 수준이다. 용산구 원효로1가, 강남구 삼성동 등 4곳, 총 165실 가운데 입주민을 찾지 못한 방은 2개뿐이다. 위치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타트업 대표부터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연수생 등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1~3개월 단기 수요도 있다. 직접 생활비를 벌어 쓰는 대학생이 아닌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쾌적한 거주환경을 누리고 싶어 하는 수요를 겨냥한 셈이다.

홈즈스테이 안암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홈즈스테이 안암의 모습. 사진=손주형 기자

입주 2주차인 홈즈 안암은 60실 가운데 11실이 입주를 마쳤다. 홈즈 안암은 고려대와 고려대 안암병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반경 2km 이내에 서울대병원, 성신여대, 한성대 등이 있다. 지하철 6호선·우이신설선 보문역과 도심업무지구(CBD)로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있어 도심 직장인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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