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전경.(사진=교보생명) |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2차로 제기한 중재에서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를 다시 산정해도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41만원보다는 가격이 낮아지리라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ICC 중재판정부가 신 의장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신 의장의 감정평가기관 선임 결정은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하자는 것이다.
이번 중재판정에 따라 신 의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풋옵션 가격 산정에 나서면 ‘계약에 따른 제3의 평가기관 선임과 그에 따른 주당 가치 산정 절차 객관성’이 분쟁 해결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주주간 계약에서 양측이 각각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평가한 풋옵션 주식 공정시장가치 차이가 10% 이내이면 두 가격의 평균을 행사가격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차이가 10%이상이면 어피니티가 제3의 평가기관 3곳을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신 의장이 택하면 그 평가기관이 제시한 가격이 풋옵션 가격이 된다. 이 절차에서 ‘신 의장 평가기관 선정 및 가격 제시→어피니티의 41만원과 10%이상 격차→어피니티 제3의 평가기관 3곳 제시→신 의장 1곳 선택→제3의 평가기관의 가격제시’ 형식으로 풋가격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제3의 평가기관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이 어피니티의 초기 투자가격인 24만 5000원을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시장가치를 1주당 41만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어피니티 측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인 18만~21만원(크레디트스위스)과 차이가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시장가치가 주당 20만원을 넘지 못하는 것도 주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8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의 하나로 우리사주조합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자사주 2%를 매입할 당시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은 19만 8000원이었다. 이는 풋옵션 분쟁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산정한 가격이다.
앞서 1차 중재판정부는 2021년 9월 신 회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된 것이 아닌 만큼 신 의장이 풋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었다. 어피니티는 이에 불복하고 2차 중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