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이달 첫째 주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전주 대비 약 30%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12월에 갑자기 계엄 사태가 발발하고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며 국민 경제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장한 군인이 활보하는 등 비상계엄 여파를 정면으로 맞은 서울 지역 내 소비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불황에 계엄 여파로 자영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사진=연합뉴스) |
22일 통계청의 속보성 빅데이터 통계인 나우캐스트 지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전국의 신용카드 이용금액(신한카드 데이터 기준)은 26.3% 감소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9월 20일(-26.3%) 이후 11주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 지역 카드 이용금액이 전주 대비 29.3%가 감소해 지난해 7월 7일(-32.2%)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12월은 보통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기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달 첫째 주의 감소세는 더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따른 소비 심리 냉각이 실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런 현상이 지표에서 확인된 것이다.
통계청이 공개하는 나우캐스트 지표 중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국내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속보성 지표다. 실험적 통계 일환인 터라 국가 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 사회 현상을 최대한 빠르게 포착할 수 있도록 주간 단위로 제공한다.
다른 나우캐스트 지표인 가맹점 카드매출액도 6일 기준 전국에서 전주 대비 27.4%, 서울에서만 38.7% 감소했다. 전국 카드 가맹점 매출이 계엄 이전 대비 30% 가까이, 서울에서는 40% 정도 줄었다는 의미가 된다. 명절 연휴, 기상 이변, 거리두기 조정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감소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88.4%가 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중 매출이 절반 넘게 축소됐다는 소상공인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50%(25.5%) △10~30%(21.7%) △10% 미만(5.2%) 감소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