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아들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딸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모두 증여하면서다.
신세계그룹은 30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 지분 10.21% 전량을 딸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거래계획 보고서를 공시했다. 증여 시점은 다음달 30일이다. 이번 증여로 정유경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현재 18.95%에서 29.16%로 늘어난다. 신세계는 "각 부문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공고히 하고자 이번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맡는 ‘남매 경영’ 체제를 시작했다.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서로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했고 2020년에는 이 총괄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두 사람에게 각각 증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각 회사에서 18.56%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또 2024년 3월과 10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10월 인사 당시 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다만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는 터라 계열 분리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 지난해 3월 정용진 회장이 승진한 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여전히 그룹을 실질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이 총괄회장이라 본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친족 독립 경영 요건을 채우려면 이 총괄회장의 보유 지분이 어느 한쪽이든 3% 미만으로 떨어져야 했다.
그런데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 지분을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은 정유경 회장에게 넘기면서 계열 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정용진 회장이 먼저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시간 외 거래로 사들였으며, 이번에 정유경 회장이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잔여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이 섞여 있어 계열 분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정리가 필요한 계열사는 SSG닷컴 뿐이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