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 기대감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란산 원유의 수출 재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공급 증가 우려가 커진 것이 유가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53달러(2.42%) 내린 배럴당 61.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물도 전장보다 1.56달러(2.36%) 하락한 배럴당 64.53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이란과의 핵협상 진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란과 장기 평화를 위한 매우 진지한 협상을 하고 있다”며 “핵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고위 보좌관 역시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핵 합의를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시장에 기대감을 높였다.
핵 합의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통해 원유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하루 최대 100만 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핵 합의 기대감은 유가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라며 “이란의 공급 증가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OPEC+가 기존의 증산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OPEC+는 최근 몇 달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증산을 이어오고 있다. 이달에도 하루 41만1000배럴 규모의 증산이 결정된 상태다.
한편 이란은 지난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이후 경제적·외교적 고립 상태를 이어왔다. 경제 제재로 인한 고물가와 통화 폭락, 잇따른 반정부 시위, 시리아 및 레바논 내 영향력 약화 등으로 내부적 압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부 설득 끝에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기로 입장을 바꿨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