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본 정보만 알려주는 ‘챗봇’에서
업무 대신해주는 ‘에이전트’로 진화
단순 반복 업무 등 시간 절약에 유리
중요한 일은 사람의 최종 확인 필수

엄마가 스마트폰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 주 토요일 오전에 부산 가는 기차표 4장, 창가 자리로 예매하고, 도착해서 점심 먹을 만한 식당도 한 곳 예약해줘.” 그러자 AI가 직접 기차 예매 사이트를 열고, 시간표를 살피고, 자리를 고르고, 결제 단계까지 진행합니다. 식당까지 알아서 예약합니다. 그저 마지막에 ‘확인’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챗GPT가 ‘글을 써주는 AI’였다면, 이제는 ‘직접 일을 해주는 AI’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AI 에이전트(AI Agent)’입니다.
● ‘알려주는 AI’에서 ‘대신 해주는 AI’로에이전트(Agent)는 대리인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를 대신해 일을 처리해 주는 사람을 말하지요. AI 에이전트는 한마디로 ‘나를 대신해 일해 주는 AI 비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쓰던 챗봇은 ‘알려주는 AI’였습니다. “부산 가는 기차표 어디서 사야 해?”라고 물으면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어요”라고 알려줄 뿐이었지요. 정작 예매는 우리가 직접 해야 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목표만 알려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의 일을 차근차근 실행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정보를 모으고, 웹사이트를 클릭하고, 양식을 채우고, 결제까지 진행합니다.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 지니가 “분부만 내려 주십시오”라고 말하던 모습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니는 소원 세 개로 끝나지만, AI 에이전트는 매일 우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지난해 7월 ‘챗GPT 에이전트’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네 명이 먹을 일본식 아침 메뉴 준비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직접 레시피를 찾고, 장보기 목록을 만들고, 온라인 주문까지 해줍니다. “경쟁사 세 곳을 분석해서 발표 자료 만들어줘”라고 하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줍니다. 한국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올해 3월 행정안전부와 함께 ‘AI 국민비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대화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민등록표 등본 같은 약 100종의 전자증명서를 발급받거나 전국 약 1200개의 공공 체육시설과 회의실을 조회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카카오도 같은 달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출시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와 “다음 주 수요일 2시에 보자”라고 대화를 나누면, 카나나가 슬쩍 끼어들어 “캘린더에 일정 등록해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조카 돌잔치 선물 뭐 하지?”라고 고민하면, 적당한 상품을 골라 추천하고 결제 화면까지 이어줍니다.
●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
AI 에이전트는 보통 네 단계를 거쳐 일합니다. 첫째, ‘이해하기’입니다. 사람의 말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둘째, ‘계획 세우기’입니다. 큰 목표를 작은 단계로 쪼갭니다. ‘기차표 예매’라는 목표를 ‘사이트 접속→날짜 선택→자리 선택→결제’ 같은 작은 단계로 나누는 것이지요. 셋째, ‘행동하기’입니다. 인터넷 검색, 웹사이트 클릭, 양식 입력 같은 일을 실제로 수행합니다. 넷째, ‘확인하기’입니다. 일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시도합니다.
AI 에이전트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첫째, 시간을 돌려줍니다. 어른들이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반복되는 행정 처리’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이런 일을 대신해주면,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약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등도 그저 말로 부탁하기만 하면 복잡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일하는 방식이 바뀝니다. 미국의 한 은행은 새로 출시된 AI 모델을 도입한 첫날, 220개가 넘는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즉시 투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된 것이지요.그런데 AI 에이전트는 가끔 실수를 합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일에는 ‘사람의 최종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AI 에이전트에게 모든 일을 다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시하고, 확인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I라는 똑똑한 비서를 ‘어떻게 부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명확하게 지시할 줄 알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살필 줄 알며 책임지고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10년 후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세상에서 ‘주인’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AI를 똑똑하게 부리려면,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AI 에이전트라는 든든한 비서가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그 비서와 함께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요?” 그 답을 찾는 여정이 바로 미래의 주인공이 되는 길입니다.
조재범 풍덕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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