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ESG 분쟁 시대, 통상·공급망 전략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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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글로벌 통상 전략 심화 워크숍을 개최했다. 연사들은 통상 전략을 포함해 공급망 실사·공시 대응 체계 구축이 기업의 선택 아닌 생존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격랑의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ESG 리스크 관리 전략이 기업의 미래를 가르는 핵심 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경ESG] 나우 - 심화워크숍

한경ESG 심화워크숍 참석자들이 강연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한경ESG 심화워크숍 참석자들이 강연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미·중이 건곤일척의 패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 또는 어떤 선택의 조합이 실현 가능한지를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경제매거진의 주최로 지난 4월 15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글로벌 통상 전략 심화 워크숍’ 첫 번째 강연자인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워크숍은 장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매우 열띤 분위기로 진행됐다.

다가온 신냉전의 무역 전쟁 한복판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 중국 3국과의 무역이 전체 중 절반(45%)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미·중의 충격에 따라 우리 경제성장률이 50~60%를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 원장은 이 문제를 푸는 해법을 모색할 때 우리 시각에서만 볼 게 아니라 우리를 보는 주변국의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하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1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최 원장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망가뜨리는 과한 관세 부과는 추후 양국 간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당장 트럼프가 원하는 것처럼 미국에 제조업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 해결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았다. 미국에 제조업 공장을 짓는다면 인건비를 고려할 때 평균 40~50% 단가가 올라갈 것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도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그는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한국이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이런 점을 설득력 있게 소통해야 한다”며 “정치적 문제로 인해 사업하는 이들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두 번째 강연자인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도 최근 정치적 급변 속에서 우리 기업이 어떤 방향의 노선을 택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축소를 언급한 유럽연합(EU)과 미국 반ESG 흐름 속에서 올해 주총의 키워드는 여전히 ESG에 맞춰졌고, 경영진 보상의 핵심인 지속가능성 핵심성과지표(KPI)도 시장에 자리 잡았다.

이 전문위원이 주목한 것은 최근 한국의 태평염전이 인권침해와 강제노동 혐의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서 수출이 차단된 사례다. 유사한 예로, 말레이시아 플라스틱 사출 업체도 인권 문제 때문에 수출이 금지됐다. 이 전문위원은 “인권 관련 리스크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제재로 이어지기에 여전히 이런 부분은 국내 기업이 잘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 공급 협력업체에 요구되는 행동강령 수준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이라든지 강제노동, 불법노동 등 인권의 중요한 침해 요소를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여전히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규제 대응 및 공시 맥락에서 탄소배출량 저감 계획을 세울 때 기업이 여러 데이터 포인트 중 특히 어려워하는 것은 밸류체인별 활동 영역을 식별하는 부분이라고 이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어 철강 및 화학, 자동차·배터리, IT·디지털, 패션·의류 등 각 산업에서의 중요한 규제 및 이슈와 벤치마크할 만한 베스트 프랙티스 등 해당 기업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전달했다.

세 번째 강연자인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탄소 전문가로서 글로벌 차원에서 국가별 탄소가격제가 점차 도입되는 트렌드를 짚고, 기업이 궁금해하는 국내 배출권거래제 변화에 대해 강연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 기간을 위한 할당 계획이 오는 6월경 설정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 정부가 내놓은 4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배출 허용 총량의 대부분을 총량 내로 설정하고 ▲발전과 비발전을 구분하고 ▲유상 할당이 늘어나며 ▲상쇄 한도 재설정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김 외국변호사는 “자발적 시장의 크레디트 마켓이 단기에 급성장할 것”이라며 “그린워싱에 유의한다면 자발적 시장 마켓 플레이어도 적절히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네 번째 강연자인 한창완 태평양 국제중재그룹 소속 변호사는 ESG가 법적 분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와 실제 분쟁 사례에 대해 강연했다.

많은 부분 기업 자율에 맡겨진 환경, 윤리, 사회적책임이 법적책임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많은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등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에 근거한 기후 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국가의 엄격한 ESG 정책이나 환경규제로 인해 투자자가 손해 볼 경우 국제투자분쟁(ISDS)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ISDS의 대표적 예로는 영국 기업 록펠러가 이탈리아 인근 해양에서 석유탐사 허가를 취득한 후 이탈리아가 해안으로부터 5마일 내 석유탐사 금지 조치를 도입한 경우가 있다. 이에 상호 간 ISDS가 벌어져 결국 이탈리아에 배상 명령이 내려졌다.

한 변호사는 “투자 분쟁은 투자 협정상 의무 위반, 상사 중재는 준거법(주로 국내법) 해석이 주로 문제”라면서 “중재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투자 협정 위반에 따른 투자 분쟁 제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가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가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국제중재그룹 소속 변호사가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한창완 법무법인 태평양 국제중재그룹 소속 변호사가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윤남 법무법인 태평양 ESG센터장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윤남 법무법인 태평양 ESG센터장이 한경ESG 심화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이윤남 태평양 ESG센터장은 마지막 강연자로 나서 ESG 공시와 규제 현황에 대해 강연했다. 이 센터장은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고 있지만, 사라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다. ESG 공시를 만드는 주체는 서로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상호운용성 가이던스를 발간했고,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와 ESRS도 상호성을 높이는 대응 매핑(Correspondence Mapping)을 공동 발간했다.

유럽이나 한국의 공시가 늦춰지더라도 공급망은 수출이나 수입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매우 큰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배터리의 경우 미국은 핵심 원자재법을 통해 어떤 원자재가 수입·수출되는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도 핵심 중요 원자재에 관한 법을 통해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서 영구자석을 만드는 희토류가 무기화되고 있다. 영구자석이 사용되는 전기전자·배터리 제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공급망 실사 및 관리는 규제 완화와 다른 맥락에서 강하고 촘촘하게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윤남 변호사는 “국내 공시 규제를 분석하고 내부통제 및 관리 체계, 그리고 공급망 대응 체계 수립을 통해 정보를 잘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공적 규제 외에도 고객사 등의 사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기업의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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