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협, 정부 하위법령 인식조사 ]
의사 62%, 처방일수 7일 제한 반대
“만성질환자 치료 연속성 끊길 것” 우려
정부가 비대면진료 신규 환자의 처방일수를 7일로 제한하고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30%로 묶는 규제안을 추진하면서 의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비대면진료에 참여 중인 의사 10명 중 8명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 의견이 철저히 배제됐다고 답했으며, 규제가 강행될 경우 의사 3명 중 1명은 제도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만성질환자의 진료 연속성이 끊어지고 야간 소아진료 공백 등 심각한 의료 접근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닥터나우·나만의닥터·솔닥·굿닥 등 회원사 플랫폼에 참여 중인 의사 13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비대면진료 하위법령 방향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이내 제한 △처방 가능 의약품 범위의 행정적 제한 △의료기관당 비대면진료 비율 30% 상한 등 3대 핵심 규제안에 대한 현장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의사들은 정부가 검토 중인 일률적 규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핵심 쟁점인 신규 환자 처방일수 7일 이내 제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2.1%(169명)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처방 가능 의약품을 행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역시 52.9%(144명)가 반대했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신규 환자 7일 처방 제한 도입 시 우려되는 사항(복수 응답)으로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 제한’을 꼽은 응답이 70.6%(192명)에 달했다.
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를 3회 이상 이용한 환자의 73.9%가 동일 성분 의약품을 반복 처방받는 만성·반복 관리 목적의 환자였다. 처음 만난 의사라는 이유로 처방을 7일로 제한하면 고혈압·당뇨 등을 앓는 환자들이 매주 진료를 반복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이어 응답자의 39.3%(107명)는 ‘직장인·양육자 등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자의 의료접근성 제한’을 우려했다. 신규 이용자의 98%가 초진인 점을 고려할 때 대면 접근이 어려워 비대면을 택한 환자들의 문턱을 정부가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은 “신규 환자 처방일수를 7일로 일률 제한할 경우 만성·경증 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이 떨어지고 반복적인 재진이 불가피해져 환자의 의료비와 시간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고혈압 만성질환자 매주 진료할 판
원산협 “보다 현실적 논의 이뤄지길
정부 안대로 하위법령이 확정될 경우 비대면진료 생태계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응답 의사의 36%(98명)는 법 시행 전부터 비대면진료 지속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비대면진료가 한시적 허용 체계에서 시범사업으로 전환되던 당시, 의사 참여가 급감하면서 현장 혼란이 발생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향후 월 진료 건수 전망에서도 감소 예상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53.7%(146명)는 진료 건수가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고 13.6%(37명)는 “사실상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자유응답에서는 규제 기준의 현실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주간 외래만 운영해도 비대면진료 비율이 30%를 넘는 경우가 많다”며 “하위법령이 시행되면 기존 야간 비대면진료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야간 소아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약국 현장에서는 단기 처방 증가로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조제 거부 사례가 발생하거나 의료취약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소통 부재다. 응답 의사의 78.3%(213명)가 ‘비대면진료에 실제 참여 중인 의료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한 반면, 반영되고 있다는 응답은 7.0%(19명)에 불과했다. 정부 규제안의 취지와 근거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인 59.6%가 ‘모른다’고 답했다.
비대면진료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과제(복수 응답)로는 ‘의사의 처방권 등 전문 재량을 존중하는 법제화(63.6%)’가 1순위로 꼽혔다. 이어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 완화(45.6%) △의사·환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40.1%) △처방 가능 일수 현행 유지 및 완화(39.0%) 순이었다.
원산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 정부 등과 소통하며 의료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의사의 임상 판단권과 환자 안전 보장은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실제 운영 결과와 근거에 기반한 관리 체계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지난 6년간 관련 경험과 검증 데이터가 축적됐고 일본 등 주요국 역시 비대면진료를 의료체계 안에 정착시킨 만큼 정부도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제도 설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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