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최대 교도소… “2배 키워 美추방자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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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증설” 요구에 부켈레 “OK”… 수용 인원 4만명→8만명 늘리기로
‘불법이민자 추방 아웃소싱’ 본격화
美 합법 체류자도 실수로 수감돼 논란… 백악관, 대법원 송환 명령도 거부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죄수들이 수용돼 있다. 테콜루카=AP 뉴시스

중남미 최대 규모 수감 시설인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죄수들이 수용돼 있다. 테콜루카=AP 뉴시스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대 교도소이자 가혹한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했다. 최대 4만 명의 수용 인원을 8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갱단 소탕을 위해 2023년 만든 이 교도소에 지난달부터 미국이 추방한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앞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논의했다. 엘살바도르가 교정시설을 대폭 확충하며 미국의 불법이민자 추방 아웃소싱(외주화)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부켈레 대통령이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감옥 확장” 요구에 부켈레 “가능” 화답

‘범죄와의 전쟁’을 밀어붙여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장관에게 교도소 확장 계획을 밝혔다. 자칭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는 부켈레 대통령은 무자비한 범죄 혐의자 체포 및 처벌로 인권 침해 비판을 받지만, 갱단 범죄율을 크게 낮춰 80%가 넘는 재선 득표율을 거뒀다. 놈 장관은 테러범수용센터를 방문해 창살에 갇힌 죄수들을 배경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당신도 이 감옥에 갇힐 수 있다”는 경고성 연설을 남겼다. 부켈레 대통령이 갱단 소탕을 위해 세운 테러범수용센터는 치안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엔 현재 1만5000명가량이 수용돼 있는데, 이 중 약 260명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 중인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해 지난달 추방된 사람들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들을 1년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켈레 대통령을 만나 “(교도소를) 5곳 정도는 더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부켈레 대통령은 “그럴 만한 공간이 있다”고 호응했다. 교도소를 확장할 경우 자국 범죄자보다는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의 소식통은 WSJ에 “늘어난 수용 인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 백악관, 법원 합법 이민자 송환 명령도 거부

엘살바도르의 이민자 추방 위탁 수용은 올 2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이 내는 비용은 미국에는 비교적 저렴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교정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돈”이라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어떤 나라도 이런 우정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정책은 미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여 년 전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2019년부터 합법적으로 메릴랜드주에 체류 중인 30세 남성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갱단원으로 몰려 테러범수용센터에 갇힌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미 법무부가 그의 추방이 ‘행정적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연방대법원이 그의 송환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갱단원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그가 메릴랜드주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 시나리오는 없다”고 못 박았다.

메릴랜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엘살바도르를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그는 16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엘살바도르 정부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석방은 물론이고 그를 면회하게 해달라는 요청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2년 전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입국자에 의해 강간, 살해당한 미국 여성 레이철 모린의 어머니를 단상에 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딸이 겪은 범죄 피해를 자세히 진술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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