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3년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더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6%포인트 내린 연 2.305%를 기록했다. 2022년 3월 21일(연 2.268%) 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회사채 금리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AA-등급 회사채 금리(무보증·3년 만기 기준)는 0.029%포인트 떨어진 연 2.091%로 거래됐다. 2022년 3월 4일(연 2.848%)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금리가 떨어진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4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선물을 15만9084계약(액면가 15조5084억원) 순매수했다. 전달 2만4789계약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는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중장기 투자로 인한 자본 차익의 기회가 생겼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환헤지 수요가 커진 결과 차익 거래 유인도 높아졌다.
특히 한은이 지난 24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2%로 발표하자 한은이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하폭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한은이 연 2.75%인 기준금리를 연말에 연 1.75%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추는 걸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의미다. 국내 주요 증권사도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당초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리고 있다.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이날 “상호관세 협상이 성공해도 한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품목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자동차 수출의 3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하는 만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소비·투자 등 내수경기가 나빠지면서 성장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6월 3일 조기 대선 직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올해 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한 데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깊어졌지만 국제수지·재정수지가 탄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