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만 팔 줄 알았나”…삼표·동양, 부동산 개발 '큰손' 진화중

17 hours ago 6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시멘트만 만들던 회사가 아니다."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시멘트업계가 부동산 개발사업의 '큰손'으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레미콘·시멘트 생산에 머물렀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초고층 복합개발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뛰어들며 디벨로퍼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성수동 삼표 부지, 초고층 개발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표,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 등 시멘트회사가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의 주인공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최고 79층 규모 초고층 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업무·상업·주거시설이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로, 성수동 스카이라인을 바꿀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 조감도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지난달 9일 '서울숲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삼표레미콘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서울시는 건축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 있으며 2만8106.2㎡ 규모다.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걸어서 21분,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19분 걸린다.

서울숲과 한강에 둘러싸인 이 곳은 지난 1977년부터 약 45년간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으로 운영됐다. 다만 지난 2022년 서울시가 제시한 성수 일대 개발 비전에 따라 삼표가 공장을 자진 철거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전략적 부지로 떠올랐다.

사업의 개발주체는 SP성수PFV(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로, 주주는 삼표산업(지분율 95%)과 NH투자증권(지분율 5%)이다.

서울시와 SP성수PFV가 진행한 사전협상 결과에 따라 삼표 부지에는 지하 9층~지상 79층, 2개동, 연면적 42만2855.9㎡ 규모 업무·주거·상업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미래업무 중심기능 확보를 위해 업무시설을 35% 이상 확보하게끔 했다.

삼표레미콘 부지 복합개발(안)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작년 11월 26일 제1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해당 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로써 용도지역을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했다. 지난 2월에는 지구단위계획이 결정고시됐다.

삼표 부지 개발사업 관련 브릿지론 6400억원은 오는 10월 14일 만기를 맞는다. SP성수PFV는 사업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 마이트성수제이차를 포함한 대주들로부터 총 6400억원을 차입하는 내용의 대출약정서를 지난 2024년 10월 체결했다. 공시를 보면 대주단은 신한은행 포함 221곳이다.

SP성수PFV는 이 차입금 관련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했고, 대주에게 해당 사업의 우선수익권(약정액의 130%)을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신탁이란 부동산 소유자가 자신 또는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기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목적으로 이용하는 신탁을 말한다.

또한 SP성수PFV는 대출약정에 대한 담보로 지배기업 삼표산업이 소유한 회사 보통주(지분 100%)를 제공하고 있다. 담보 물량은 SP성수PFV 보통주 1519만9800주며, 담보금액은 729억36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지난 2024년 말 기준 삼표산업의 자기자본 5598억1482만원 대비 13.03% 규모다.

삼표레미콘 부지 복합개발 대상지 현황 (자료=서울시)

해당 대출을 유동화하는 거래도 이뤄졌다. 마이트성수제이차는 사업 관련 SP성수PFV에 340억원 한도 대출을 실행했고, 이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 중이다.

제8회차 ABSTB가 발행되면 오는 10월 14일 만기가 돌아온다. 대신증권은 이 유동화거래의 주관회사, 자산관리자, 유동성 및 신용공여기관을 맡고 있다. 마이트성수제이차는 ABSTB를 차환발행하는 데 따른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대신증권과 '대출채권 매입확약 등에 관한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 약정에 따라 대신증권은 △대출채권의 기한이익이 상실됐거나 △기존에 발행한 ABSTB 상환재원이 부족한 경우 △또는 추가 대출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경우 등이 발생하면, 대출채권을 매입하거나 마이트성수제이차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340억원 한도에서 인수해야 한다.

동양, 수도권 데이터센터 개발 확대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개발로 눈을 돌렸다. 단순 시멘트 제조업을 넘어 도심형 AI 인프라 개발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동양은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을 양대 거점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개발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최근에는 부천 삼정 AI 허브센터 개발사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실행을 완료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19일 1590억원 규모 PF 대출 기표(대출 실행)를 완료했다. 지난달 29일 사업 및 대출약정 체결 이후 약 3주 만이다.

부천 삼정 AI 허브센터 투시도 (사진=DL건설)

대출 만기는 오는 2029년 5월 19일까지로 36개월(3년) 조건이다. 앞서 사업시행자인 디씨아이티와이부천피에프브이(PFV)가 지난 1월 해당 부지를 약 32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금융 조달을 마무리하면서 착공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부천 삼정 AI 허브센터는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48-59, 48-61 일대 3593㎡ 부지에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1만736㎡ 규모로 조성된다. 수전용량은 약 9.8MW(메가와트) 규모며, AI 연산 특화 데이터센터로 설계됐다.

'AI 연산 특화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추론 등 고도의 연산 작업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특수 데이터센터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일반적인 웹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존 데이터센터와는 구조와 기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수만장의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 강력한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AI 모델 학습 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고속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고대역폭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와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조 비교 (자료=KT 클라우드)

이런 특성 때문에 AI 연산 특화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단위 면적당 훨씬 더 많은 전력과 인프라를 밀집시켜 운영한다.

시공은 DL건설이 맡았다. DL건설은 이번 사업으로 2024년 말 이후 3년 만에 데이터센터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총 공사비는 1268억원 규모며 공사 기간은 26개월(2년 2개월)이다. 준공 시점은 오는 2028년 7월로 예상된다.

디씨아이티와이부천PFV는 이 사업을 위해 PF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대주단에는 하나은행, 경남은행, 하나캐피탈, IBK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PF 약정과 연계된 주식근질권 설정계약에 따라 동양이 보유한 회사 주식 225만5000주에 근질권을 설정했다. 담보 설정 금액은 약 495억5000만원이다.

동양은 이번 부천 사업을 시작으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 등 수도권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개발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천 구월 AI 허브센터 개발사업은 대지면적 2017㎡에 지하 2층~지상 9층, 연면적 1만840㎡ 규모의 도심형·오피스 확장형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멘트 회사들은 건설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컸지만 최근에는 보유 부지 개발과 데이터센터 같은 신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전통 제조업에서 종합 디벨로퍼로 변신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