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장을 전율시킨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목요일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현란한 드리블이었습니다. 목요일 아침만 해도 당장 이란을 다시 폭격할 듯한 글을 올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 시간 뒤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14일, 이란과의 공식 합의가 열린다는 뉴스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증시는 그동안 이란 사태에 상당히 무뎌져 있었습니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교착상태가 너무 오래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임박했다”고 선언한 횟수가 30번이 넘는다는 한 외신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란 이슈는 어느 순간부터 증시에 큰 호재도, 큰 악재도 되지 못했습니다. 늘 싱싱한 ‘도파민’을 갈구하는 시장의 눈에 이란 이슈는 어느새 ‘구닥다리’ 재료가 된 셈입니다.
오락가락 트럼프 종전 발언 오랜만에 약발 먹혀
그러나 이날만은 달랐습니다. 사태가 한껏 악화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자, 증시는 이를 새로운 이슈로 받아들였습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증시는 급등했고, 마이크론 주가는 11.66% 뛰며 ‘불꽃 랠리’를 보였습니다.
두 번째 이벤트는 바로 다음 날 나온 스페이스X의 상장이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 금요일 ‘SPCX’라는 종목 코드로 증시에 데뷔했습니다. 주당 135달러에 5억5000만 주 이상을 팔아 약 750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는 기존 최대 기록이던 사우디 아람코의 290억 달러를 훌쩍 넘어, 말 그대로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주가는 첫날 한때 30% 넘게 치솟아 장중 시가총액이 2조2500억 달러를 넘기도 했고, 결국 19% 오른 160.95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번 IPO로 머스크는 세계 첫 ‘조만장자’가 됐고, 스페이스X는 단숨에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비싼 상장기업이 됐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장에 흘러 다니는 돈을 거대한 호수의 물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스페이스X 같은 초대형 기업이 상장하는 이벤트는 그 호수에 거대한 빨대를 꽂고 물을 쭉 빨아들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750억 달러어치의 새 주식을 사려면, 누군가는 그 만큼의 돈을 어딘가에서 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장 전부터 시장에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거대한 빨대가 기존 주식시장 물까지 빨아들여 S&P500이나 나스닥이 휘청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습니다. 이날 증시는 올랐습니다. S&P500은 0.5% 상승했고, 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도 0.79% 올랐습니다. 거대한 빨대가 물을 빨아들였는데도 호수의 수위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에 아직 빨아들여도 견딜 만큼의 ‘대기 자금’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살아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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