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은 최고, 몸값은 최저…'AI 비서'로 취업난 다루다

6 hours ago 2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12회 신한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12회 신한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월 1만4900원만 주시면 바로 일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한 낡은 사무실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외국인 남녀가 비서 채용 면접을 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파자마 차림을 한 채 이들 앞에 앉은 면접관의 모습이 묘하다. “자신이 왜 야근수당 없는 24시간 근무에 적합한지 말해보라”는 물음에 두 지원자는 유창한 우리말로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싸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앞다퉈 강조한다. 심지어 노동의 대가로 받을 급여까지 깎아가면서.

◇AI로 재해석한 청년의 고충

한상범 감독

한상범 감독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요즘은 누구나 개인 AI 비서를 골라 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생성 AI들은 인간 고용주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인다. 뛰어난 스펙과 능력을 헐값에 기꺼이 제공하겠다는 AI의 제안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바늘구멍의 기회를 두고 무한경쟁에 나서는 청년 사회초년생들의 녹록지 않은 취업 면접과 겹쳐 보인다는 점에서다.

박주영 감독이 ‘제12회 신한 29초영화제’에 출품한 러닝타임 29초짜리 초단편 영화 ‘취업은, AI도 힘들다’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 분야 일반·청소년부 통합 대상을 받았다. 탄탄한 기획력과 연출력은 물론, AI에 대한 센스 있는 해석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AI에 대한 관점을 스토리텔링에 자연스럽게 녹인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올해 심사 방향성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고민재 감독

고민재 감독

이번 영화제는 신한은행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했다. 대중에게 낯설고 어려운 개념인 금융을 쉽게 풀어내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단편 영화 페스티벌인 29초영화제의 간판 브랜드다. 지난해까지 11년간 1만 편 이상의 출품작이 쏟아지며 신진 영화인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영화 같은 AI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 4월 8일부터 5월 21일까지 진행된 공모에서 일반부 672편, 청소년부 134편, 메이킹 필름 52편 등 총 858편이 접수됐다. 신설된 광고 분야 공모에도 ‘광고 같은 땡겨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품 463편이 출품됐다. 이 중 영화 분야 7편, 광고 분야 4편 등 총 11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AI 기술로 달라진 창작 문법

스펙은 최고, 몸값은 최저…'AI 비서'로 취업난 다루다

작품 제작 전 과정에 AI 기술을 허용한 이번 영화제는 이미지와 음성, 배경음악 등 영상 창작에서 AI의 다채로운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됐다. 한상범·고민재 감독의 ‘본능의 소리는 참지말고 땡겨요!’는 배달이 필요한 모든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직관적인 메시지와 함께 “AI 기술 활용도가 우수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으며 광고 분야 대상을 받았다.

영화 분야 일반부 최우수상은 임가현 감독의 ‘동식이’가 받았다.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대중적 주제를 완성도 있게 풀어냈다. 영화 분야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손지우·고유나 감독의 ‘영화 같은 나의 꿈(NO LIMITS TO DREAMS)’에, 광고 분야 최우수상은 박주영·손현지 감독의 ‘??? : 사장님 통행료 걷을게요’에 각각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선 각 분야 대상 1000만원을 포함해 총 44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상자들에게 주어졌다. 시상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가수 조째즈의 축하공연으로 열기를 더한 시상식엔 수상자를 비롯해 수상자 가족, 친구 등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