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15조원 투자 계획 발표
좌파 연정 파트너 “터무니 없어”
통신·위성 등 기술투자가 3분의 1
“국방과 직접 관련 없어” 비판도
스페인 정부가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비 지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올해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2%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존 목표인 2029년보다 훨씬 앞당긴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104억 7000만유로(약 14조 9600억원) 규모의 국방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국가에 대한 투자를 단 1%도 줄이지 않고 나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은 지난해 GDP의 1.3%만을 국방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NATO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증가된 국방 예산의 일부가 사이버 보안·재난 대응 강화 등 군사 목적과 직접 관련 없는 항목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국방 계획에 따르면 증액된 자금의 약 3분의 1은 군민양용의 통신, 위성, 인공지능 등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에 투입된다. 그 외 3분의 1 이상이 군 장비 개선, 훈련 및 군인의 근무 여건 향상에 쓰일 예정이다. 반면 무기 구입에 투입되는 예산은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산체스 총리는 이번 계획이 주로 기존 자금의 재배치와 예산 절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정적자 확대 영향이 없고 증세도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 직후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의 연정 파트너인 좌파 정당 수마르는 해당 계획에 대해 “심도 있고 객관적인 합의 없이 발표된 과도한 지출”이라며 “진정으로 터무니없고 비논리적”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수마르 측은 특히 국방비 증가로 복지 프로그램이 축소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산체스 총리는 “증가된 국방 예산 중 단 한 푼도 기존의 사회 프로그램에서 차감되지 않으며, 새로운 세금으로 징수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자금이 스페인 경제 회복에 따라 증가한 공공 저축과 불용예산, EU 팬데믹 회복 기금 잔여분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7일 이탈리아도 민간 기술 투자와 퇴역군인 연금 등을 방위비로 분류하는 회계 변경을 통해 올해 NATO의 2%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