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작가는 부르는게 값"…"폭싹 속았수다" '바람픽쳐스' 법정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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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릿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사진출처 : IMDb

넷플릿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사진출처 : IMDb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존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양환승)에서 열린 6차 공판에서는 시장가가 정해지지 않은 스타 작가 계약 구조 등 드라마 업계 특수성이 배임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자금 유입 후 되팔기’… 檢 ‘사전 설계된 배임’ 지적”

검찰은 이날도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김성수 전 대표가 실적이 없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2020년 카카오 자금으로 400억 원에 인수하게 해 회사에 319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검찰에 따르면 바람픽쳐스의 실소유주는 당시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던 이준호 씨로, 사실상 자신이 세운 회사를 카카오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수 과정에 정당한 가치 산정 없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 전 부문장은 김 전 대표에게 12억 원대 뒷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스타 작가는 적정 시장가 없어...업계 특성 고려해야"

반면 김 전 대표 측과 변호인은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인수하는 방식은 "스타 작가 영입을 위한 드라마 업계의 통상적 계약 구조일 뿐 가치 없는 회사를 비싸게 사들인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호식 바람픽쳐스 대표는 "김은희 작가처럼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인 작가를 확보하려면 단순 계약만으론 부족하다"며 "회사 지분을 주거나 종속 계약을 위한 법인을 새로 만들어 인수하는 방식이 업계 관행"이라고 진술했다. 박 대표는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흥행 드라마 기획에 참여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 PD다.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시그널', '싸인' 등 국내외에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드라마를 쓴 작가다. 김 전 대표 측은 김은희 작가를 포함한 최고급 창작진을 모아 제작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작가·PD를 모아 개인 법인을 먼저 설립한 뒤 이를 다른 콘텐츠 회사가 인수하는 방식은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도 이날 “당장 아무 실적이 없는 회사를 고가에 인수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묻자 박 대표는 “원래는 실적이 없는 단계에서 자금을 유입해 회사 틀을 갖추고 이후 인수하는 방식이 콘텐츠 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이날 증언에서 "2019년 당시 CJ ENM과 JTBC가 각각 30억 원대 조건으로 제작사 설립을 제안했지만 김은희 작가·김원석 PD와 같은 검증된 인력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바람픽쳐스를 택했다"고도 증언했다.

김은희 작가 / 사진출처:미디어랩시소

김은희 작가 / 사진출처:미디어랩시소

입증된 IP 가치… "성과로 증명"

김은희 작가와 김원석 PD 등 ‘올스타급’ 창작진을 영입해 출범한 바람픽쳐스는 이후 콘텐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질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바람픽쳐스는 올해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폭싹 속았수다'와 '악연'을 연달아 제작했다. '악연'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 부문 글로벌 4위, 8개국 1위, 83개국 TOP10에 진입했다. 두 작품 모두 바람픽쳐스가 단독으로 제작했고 카카오엔터는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실제로 인수 당시 실적이 없던 바람픽쳐스가 2025년 들어 연달아 흥행작을 내놓으며 IP 가치가 급상승한 점은 배임 판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표 측은 "당시 미래 가치를 보고 한 전략적 투자였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수익으로 회수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사후적 성과가 있었다 해도 인수 당시 기준으로 정당한 기업가치 산정이 없었다면 배임"이라고 맞서고 있다.

재판부도 이날 "드라마 산업의 계약 구조나 인수 구조는 분명 일반 산업과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며 관련 쟁점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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