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교무 초대한 수녀원…“이웃 종교 체험하며 화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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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마련한 박재찬 신부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수도자 종교간 대화 연 박재찬 신부가 서울 중구 성 베네딕토회 서울 수도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수도자 종교간 대화 연 박재찬 신부가 서울 중구 성 베네딕토회 서울 수도원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라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

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지난달 1, 2일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열린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명상을 하고 있다. 베네딕도회 제공

지난달 1, 2일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열린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명상을 하고 있다. 베네딕도회 제공
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토마스 머튼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튼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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