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도 지킨다”…풀타임 거뜬한 롯데 정현수, 손에 든 물공은 자신과 약속 [SD 비하인드 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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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좌완 불펜 정현수가 어엿한 풀타임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자신만의 확실한 훈련 루틴부터 멘털, 몸 관리 노하우를 빠르게 터득한 결과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좌완 불펜 정현수가 어엿한 풀타임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자신만의 확실한 훈련 루틴부터 멘털, 몸 관리 노하우를 빠르게 터득한 결과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불펜 정현수(24)는 전반기에만 54경기 등판했다. 당시 기준으로 리그 최다 등판이다. 후반기에는 구단의 철저한 관리로 팀이 15경기를 치른 동안 연투 없이 딱 3경기 등판했다. 지금은 김진성(40·LG 트윈스)과 최다 등판 공동 1위가 됐다.

피로 누적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경기당) 투구수가 많은 편은 아니어도 자주 등판했다. 몸 푼 횟수까지 고려하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고 헤아렸다. 다른 한편으론 그의 등판 횟수를 부쩍 커진 팀 내 입지로 볼 여지도 있다. 정현수도 올 시즌 자신의 등판을 단 한 번도 허투루 준비한 적이 없다.

“쉬는 날에도 지킵니다”

정현수의 올 시즌 투구수는 629개(58경기·35.2이닝)로 자신보다 3경기를 덜 등판한 정철원(51.1이닝·828개)보다 적다. 다만 정현수는 선발과 필승조의 다리 역할을 맡거나 원 포인트 릴리프로 자주 나섰다. 등판 상황이 특정된 필승조에 비해선 마운드에 올라야 할 날이 많았다. 김 감독도 “선발투수들이 이닝을 끌어줬다면 휴식도 취했을 텐데, 잡아야 할 경기는 또 많아서 (정)현수가 던질 날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등판 횟수만큼이나 몸을 풀고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날 역시 많았다. 투구 컨디션 유지에는 크고 작은 영향이 생길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정현수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현수는 등판 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지키는 루틴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정현수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루틴을 정립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매일 꾸준히 지키는데, 쉬는 날에도 루틴을 어기지 않고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내가 쏠리지 않게”

정현수의 하루 일과는 매일 똑같이 흘러간다. 출근하면 캐치볼로 몸을 푼 뒤 섀도 피칭을 하고, 워터볼 훈련으로 경기 전 루틴을 마친다. 등판 전에는 튜빙과 웨이티드 볼(Weighted ball·100g~1.5㎏의 다양한 무게의 공을 활용한 단계별 투구 훈련)로 다시 몸을 풀고, 투입 직전 공 서너 개 정도만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간다. 정현수는 “나의 역할상 등판이 잦고, 팔을 풀 일이 많기 때문에 등판 전 적은 투구수로 피로를 최소화하면서도 몸이 확실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이 패턴을 똑같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켰다”고 말했다.

루틴의 핵심은 워터볼 훈련이다. 튜브로 된 공을 물로 채운 뒤 섀도 피칭을 하면 몸이 앞으로 쏠린다. 이때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게 이 훈련의 핵심이다. 정현수는 “내게 제일 잘 맞는 훈련”이라며 “난 투구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포수 쪽으로 뛰쳐나가듯 던지는 경향이 있다. 워터볼로 훈련하면 투구 동작에 따라 공 안의 물이 앞쪽으로 쏠릴 때 몸도 따라 나가게 된다. 그걸 제어하는 게 이 훈련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롯데 정현수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 도중 보여준 워터볼.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롯데 정현수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 도중 보여준 워터볼.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풀타임 시즌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현수는 스펀지처럼 선배들의 노하우도 빨아들였다. 올해 풀타임 첫해를 소화 중인 그는 롯데의 상징적인 베테랑 불펜 김원중, 구승민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정현수는 “풀타임은 첫해이고,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되다 보니 난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캠프 때부터 (구)승민 선배와 (김)원중이 형에게 쉬는 날이며 밥 먹는 동안에도 계속 질문했다. ‘풀타임 시즌을 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10년 넘게 쌓아 온 멘털, 몸 관리를 비롯한 갖가지 노하우들을 모두 알려주셨다”고 밝혔다.

베테랑 불펜의 멘털, 몸 관리, 기술적 노하우를 흡수한 정현수는 곧장 결과를 보여줬다. 지난달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도 작성했다. 롯데도 정현수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기에는 필승조 구축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친 롯데는 후반기에도 4연속 위닝시리즈를 작성하며 포스트시즌(PS) 진출 희망도 키울 수 있게 됐다. 김 감독은 “현수가 굉장히 잘해줬다”며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좌타자들을 잘 막아준 덕에 위기도 여러 번 넘겼다”고 칭찬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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