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뮤지션 출신 데라오 겐 ‘발뮤다’ CEO
‘더 토스터’ 등 문법 깬 제품으로 정평
“값싸고 품질 좋은 中제품 맞서려면
고객에 새로운 경험 제공해야 승산”

데라오 겐(寺尾玄) 발뮤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53)가 20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진행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강조한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의 생존 방법이다. 데라오 CEO는 “중국 가전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도 훌륭하고 기능마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고전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때문에 가격 같은 숫자 경쟁 대신 창의성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제품을 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창업한 발뮤다는 가전업계에서 기존 문법을 깨는 디자인과 혁신으로 정평이 나 있다. 데라오 CEO는 “기능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좋은 디자인과 새로운 경험 제공 역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며 “우리 회사는 가격이 아닌 디자인과 경험 가치로 승부한다는 점을 사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발뮤다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시장에 모방 제품(카피캣)이 쏟아지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데라오 CEO는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카피캣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제품이 유용하다는 칭찬”이라고 답했다.
2015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더 토스터(The Toaster)’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세계 최초로 스팀 기술을 적용한 이 제품은 기존에 없던 ‘복합 오븐형 토스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는 “기존 토스터가 단순히 빵을 굽는 기계였다면, 우리는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을 팔기 위해 더 토스터를 내놨다”고 했다.최근 선보인 ‘더 클락(The Clock)’ 역시 비슷하다. 200g 정도의 작은 크기에 64만9000원에 이르는 가격이 화제가 된 이 제품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기계라기보다는 ‘좋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고안됐다. 풀밭의 빗소리, 귀뚜라미, 천둥소리 등 자연의 백색소음을 넣어 낮에는 업무 몰입을 돕고 밤에는 숙면을 유도한다. 데라오 CEO는 “잠들기 전 1시간 동안 스마트폰의 불빛을 멀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일상의 쾌적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뮤다 특유의 창의성은 데라오 CEO의 독특한 이력과 맞닿아 있다. 그는 20대 시절 10년간 록스타를 꿈꾸던 뮤지션 출신이다. 비록 음악 분야에서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애플이나 파타고니아처럼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제품을 뚝심 있게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마치 ‘록스타’ 같다고 느끼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데라오 CEO는 “나에게는 음악을 만드는 것과 제품을 만드는 것은 비슷한 행위”라며 “상업적으로 가격을 신경쓰기보다 디자인과 경험의 가치를 제안한 뒤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은 내게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회고했다. 데라오 CEO는 가전업계의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서도 남다른 철학을 내비쳤다. 여러 기업이 AI로 제품 성능이나 기능을 과시하는 것과 달리 발뮤다의 AI 키워드는 ‘휴머니티(인간다움)’라고 한다. 데라오 CEO는 “편리함을 넘어 쾌적함, 편안함, 삶의 유용함 등 인간 본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AI를 활용해야 한다”며 “이르면 연내에 이 같은 철학을 접목한 AI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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