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옥죄려면 이렇게…'세컨더리 관세'까지 꺼낸 트럼프

2 days ago 6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 건으로 사법부와 갈등 와중에
제재 강화하려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가스 사면 25% 관세'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타깃.. "中, 러시아산 원유 구매 늘릴 것" 전망

베네수엘라 줄리아 주의 마라카이보 지역의 정유시설.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줄리아 주의 마라카이보 지역의 정유시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에 대한 제재를 위해 해당 국가와 제재하는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세컨더리 관세(3국 관세)’ 개념을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25% 관세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관세는 내달 2일부터 시행되며,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산 나라는 마지막 구입 시기부터 1년 동안 관세를 적용받는다. 이 관세는 제3자를 통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사는 나라에도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글에서 이를 스스로 ‘세컨더리 관세’라고 표현했다. 특정 국가를 경제적으로 제재할 때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해당국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도 제재하는 것을 ‘세컨더리 제재(3국 제재)’라고 표현하는 데서 따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압박하는 배경에는 최근 사법부와 갈등을 빚은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 사건이 있다. 1798년 외국인 적대법을 이용해 이들을 추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법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층 강경한 기조로 베네수엘라를 비판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의도적이면서 기만적으로 수많은 범죄자를 미국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중 다수는 살인자이며 매우 폭력적 성향을 가진 범죄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과 미국이 지지하는 자유에 적대적인 국가”라면서 “우리는 ‘트렌 덴 아라과’ 폭력 조직원을 포함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중요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은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의 유전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고 베네수엘라와 석유 거래를 제한하는 등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제재 효과를 높이려 이 나라의 석유나 가스 판로를 틀어막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로이터통신은 이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타격을 받고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주요 고객인 중국 인도 스페인 이탈리아 쿠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하루 50만3000배럴 가량을 베네수엘라에서 사들이고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 물량의 55%에 해당한다.

데이비드 골드윈 골드윈글로벌스트래티지스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중국과 인도는 굳이 추가 관세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러시아산 원유를 더 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서 차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1% 가량 상승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면서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상호적인 관세지만, 우리는 그들(상대국)보다 적게 부과시킬 수도 있다”라면서 “왜냐하면 그들이 너무 많이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그들이 (동일한 수준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며칠 내에 추가 관세를 발표할 것이며 이는 “자동차, 목재,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고 했다.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향후 며칠 내, 상당히 곧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먼 미래가 아니라 매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제품 부문별 관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관세율로 25%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한 25% 관세가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계속 수입하면 현재 추가관세(20%)에 25%를 더하게 된다는 뜻이다. 기존 관세율을 10%대 중반으로 본다면 중국의 대미 수출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55~60%에 달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이 조치에 대해 “새로운 공격”이라면서 강력히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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