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로펌 정부계약 끊는 등 ‘법조계 길들이기’ 논란
27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분야 참모들이 군사작전 계획을 언론인이 참여한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한 이른바 ‘시그널 스캔들’과 관련해 민간 감시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워싱턴 연방지법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에 배당되자 이를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거세게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맡은 것이 이번이 4번째라면서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법 시스템 조작에 대한 즉각적이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가 자신을 개인적으로 미워한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보스버그 판사 가족 내부에 갈등이 있다”며 보스버그 판사의 가정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15일 베네수엘라 국적 이민자 약 300명을 범죄조직원으로 규정해 엘살바도르의 수용시설로 추방한 데 대해 추방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인을 태운 항공기가 이미 국제해역에 진입했다”며 추방을 강행했다.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가 “대통령 권력을 찬탈하려 한다”며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이에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판사 탄핵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18일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악연이 있는 법률회사(로펌)를 겨냥해 연방정부와의 계약을 중단시키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스캔들(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대선 캠프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 법률회사, 트럼프 대통령 관련 수사를 담당한 전 검사를 고용한 법률회사 등이 보복 대상에 올랐다.
법조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강도가 급격히 올라가자 26일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우리는 미국 정부가 특정 고객을 대리하는 변호사와 법률회사를 벌주거나, 특정 판결을 한 판사들을 벌할 수 있다는 인식을 거부한다”면서 “정의의 저울을 비틀려는 정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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