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방어하려면 필수"…꺼렸던 '이 곳'에 뭉칫돈 우르르 [글로벌 ETF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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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8 11:41 수정2025.03.28 11:41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가 최근 급등한 유럽 방산주에 집중하면서 유럽 방위 산업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윤리적인 문제로 외면 받았던 방산 기업 투자에 대해 유럽이 재무장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출시된 방산 테마 ETF가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는 등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자, 운용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가 올 여름 방산 ETF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도 유사한 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케네스 라몬트 모닝스타 분석가는 “방산 ETF를 출시하기 위한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운용사들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ETF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미국의 위즈덤트리가 유럽 방산 기업만을 담은 최초의 ETF를 상장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위즈덤트리는 해당 ETF를 독일, 이탈리아, 영국 증시에 상장시켰고 상장 이후 펀드는 5억75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현재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테마형 펀드로 성장했다. 피에르 드브루 위즈덤트리 유럽 리서치 총괄은 “매우, 매우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며 “연금기금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개인 투자자 등 다양한 고객층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투자자들은 방산 기업이 포함된 상품에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리적 문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등을 고려하면 독일의 라인메탈,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등 방산 기업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서 방산 기업의 성장성에 대해 시장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더이상 안보 우산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화하자 유럽 각국 정부는 재무장을 추진했고 자국 내 무기 생산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 방산 기업으로 구성된 스톡스 유럽 토털마켓 항공우주·방산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34% 상승해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600(6.98%)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시장 퍼포먼스 뛰어 넘은 방산주(사진=FT 캡처)

시장 퍼포먼스 뛰어 넘은 방산주(사진=FT 캡처)

FT는 “이는 투자자들이 방위 산업에 대한 지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주가 급등은 유럽의 대형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외면받아 온 방산 업종이 다시 주목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HANetf의 리서치 총괄 톰 베일리도 최근 유럽 방산 ETF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방산 기업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관대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연기금 투자자들은 방위 산업 투자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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