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블랙핑크 음악 만든
스타 프로듀서 테디 제작
데뷔 직후 음원차트 석권
신세계 회장 장녀 애니 등
개성 강한 멤버들로 화제
4인조 카드는 남미서 돌풍
원조 코요태는 내달 컴백
올여름 가요계는 이 그룹의 '돌풍'으로 기억될 듯하다. 지난달 데뷔 직후 국내외 차트를 휩쓴 올데이 프로젝트다. 트렌디한 음악은 물론 흔치 않던 혼성 조합이 주는 신선함, 멤버별 넘치는 끼가 포화 상태인 K팝계의 틈을 벌리는 데 적중했다.
이 팀의 신곡 '페이머스'는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100' 차트에서 13일 오전까지 17일 연속(일간 차트 15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톱100은 국내 대중음악 인기도를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로, 데뷔 한 달도 안된 신인그룹이 최상위권에 안착한 건 그야말로 이변이다.
국내뿐 아니다.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는 첫 주 94위로 진입한 뒤 2주 차(7월 12일자)에 43위로 뛰어올랐다. 곡 공개 직후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 QQ뮤직의 트렌딩 차트에선 더블 타이틀곡 '위키드'와 나란히 1·2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전 세계인을 휘어잡은 건 물론 좋은 노래다. 페이머스는 묵직한 베이스와 기타 선율, 비트에 강렬한 랩과 멜로디를 얹어 세련된 힙합 장르를 완성했다. 위키드는 좀 더 실험적인 곡이다. 브라질리언 펑크, R&B 등을 융합한 음악에 멤버들 보컬의 특색이 더 잘 드러난다. 빅뱅·블랙핑크 등 세계적 K팝 그룹과 함께하며 히트곡을 만들어온 프로듀서 테디가 직접 제작한 팀이라 음악과 콘셉트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한 가지 차별점은 '혼성' 그룹이란 점이다. 이들의 데뷔와 멤버 구성이 공식 발표된 건 지난달 9일인데, 여성 3명(애니·영서·베일리)과 남성 2명(타잔·우찬) 조합은 그 자체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가요계에서 혼성은 2000년대를 지나면서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포크 듀오나 1990년대 데뷔하며 인기를 끈 룰라, 쿨, 영턱스클럽, 샵, 스페이스에이, 코요태 등 혼성그룹이 대세이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이들 그룹은 남녀 심리를 대변하는 댄스음악 히트곡들을 남겼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아이돌 그룹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팬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혼성은 K팝 제작자들에게 금기시됐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합숙하며 지내는 아이돌 육성 방식에서 이성 멤버들을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유사 연애 감정을 투영하다 보니 '최애'가 이성과 함께 활동하는 콘셉트를 싫어한다"며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돌아봤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경우 먼저 멤버 개개인의 화려한 화제성과 개성으로 이런 기우를 불식시켰다. 먼저 멤버 애니(본명 문서윤)는 연습생 시절부터 소문이 자자했던 '재벌가 4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다. 또 다른 멤버 영서는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 멤버를 뽑는 오디션 '알 유 넥스트?'에서 최종 2위를 기록했던 재원. 베일리는 에스파·샤이니 등 유명 K팝 그룹들과 협업한 안무가다. 남자 멤버들도 타잔(이채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모델 겸 무용가, 우찬은 '쇼미더머니6' 최연소 본선 진출자이자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 뮤직의 연습생 출신이다.
K팝을 소비하는 해외 시장이 커지면서 팬덤 수요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팀의 양상이 전통적 '남돌'(보이그룹), '여돌'(걸그룹) 형태에서 벗어난 이른바 '대안적 K팝'의 등장이다. 올해로 데뷔 9년 차, 유일한 혼성 K팝을 고수해온 여성 둘, 남성 둘 조합의 4인 그룹 '카드(KARD)'는 데뷔 초부터 국내보다 남미 등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레게톤, 댄스홀 등 라틴풍 댄스 음악을 선보여 세계 각국 차트에서 먼저 인정받았고, 1년 차 때부터 이미 미국, 브라질, 멕시코, 영국 등 세계 투어 무대에 섰다. 남녀가 짝을 지은 과감한 스킨십 안무 등을 선보여 판에 박힌 다른 아이돌 무대 연출과 차별화한 점도 해외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1998년 데뷔 이후 해체 없이 활동해온 혼성 3인조 코요태(신지·김종민·빽가)도 다음달 컴백한 뒤 하반기 전국 투어에 나선다. '순정' '실연' 등을 만든 작곡가 최준영이 참여해 레트로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결합한 신곡 '콜 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