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미루는 자녀 습관, 행동경제학으로 고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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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해봤을 법한 경험이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어느새 1+1 행사 상품을 계산대로 가져가는가 하면, 할 일을 빨리 끝내고 마음 편하게 놀겠다는 다짐도 몇시간이면 잊고 노는 걸 먼저 한다. 이런 일상에는 ‘행동경제학’의 개념이 숨어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 어떻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지를 파헤친 학문이다.

"숙제 미루는 자녀 습관, 행동경제학으로 고칠 수 있죠"

김나영 서울 양정중 사회과 교사(46·사진)는 지난달 말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을 펴냈다. 출간 한 달여 만에 1쇄 2000부가 다 팔려나가 2쇄를 찍고 있다. 김 교사는 지난 28일 “잘못된 선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지 안다면 어제보다 더 지혜로운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은 사례들이 담겨 있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탐구과제를 세 개 제출하도록 했는데, A그룹은 과제 세 개를 마감일에 한 번에 제출토록 했고, B그룹은 5·10·15주차에 각각 내도록 중간 마감일을 부여했다. 결과는 B그룹의 과제 완성도가 훨씬 좋았다고 한다. 그는 “하기 싫은 걸 미루는 습관이 있는 자녀에게는 마감일을 짧게 쪼개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짜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 면접 순서를 언제로 하는 것이 합격에 유리한지, 팝콘과 콜라를 함께 사도록 유도하는 묶음 판매 마케팅은 정말 유리한지 등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사는 교육열이 치열한 서울 목동에서 22년째 교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과 교육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교육 석사, 행동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양정중 교내 동아리 ‘실험경제반’을 16년째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경험을 담아 펴낸 책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은 2만 부 넘게 팔린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로 꼽히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는 그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자주 건네는 얘기가 나온다. “SNS에 나오는 화려한 삶을 살 것만 같은 엄친아와 엄친딸과 비교하며 자조하면 나를 갉아먹게 된다”며 “정말 비교해야 할 것은 어제의 나, 현재의 나, 내일의 나여야 한다”고 했다. 김 교사는 “경제학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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