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기업에 다니는 황모 차장(39)은 요즘 퇴직연금 계좌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지난해 미국주식 상장지수펀드(ETF)로 100% 넘는 수익률을 올렸고, 올해는 조선·방산 등 국내 주식형 테마 ETF에 투자해 ‘대박’을 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퇴직연금 계좌로 10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굴리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 퇴직연금 계좌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원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계좌는 절세 혜택까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수형 ETF로 변동성 줄여야
연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주식 관련 상품은 크게 펀드와 ETF가 있습니다. 개별 주식 투자는 할 수 없고 간접투자만 가능합니다. 일반 펀드와 비교할 때 ETF의 장점은 수수료가 싸다는 점입니다. 연금처럼 오래 장기투자하는 상품일수록 운용보수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죠. 또 매매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장점과 더불어 투자자가 ETF를 조합해서 직접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퇴직연금 계좌는 은퇴 시점을 고려해 긴 호흡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변동성이 심한 ETF 보다는 기본 지수형 ETF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본부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최소 10개 이상 상품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예를들어 미국이나 중국 증시 투자 상품에 비중을 50% 이상 두고 한국 인도 베트남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에 편입할 우선적으로 코스피200, S&P500, 나스닥100 등 대표 지수형 ETF를 선택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대표 지수형 ETF는 우량주 위주로 편성돼 변동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먼저 추천할 수 있는 ETF는 ‘KODEX 200’ ‘KODEX 미국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입니다.
이같은 기초 지수형 ETF는 수수료가 다른 상품들보다 낮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올해초 국내 ETF 업계 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KODEX)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이 수수료 경쟁에 나서면서 미국 지수형 ETF들의 총보수율은 0.0062~0.0068%까지 낮아졌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죠.
기술주 비중 높여 공격적으로
조금 더 공격적으로 퇴직연금 계좌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투자자라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ETF를 눈여겨볼만합니다. 미국 주식형에선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 ETF는 Indxx, LLC에서 발표하는 ‘Indxx US Tech Top 10 지수(원화환산)’ 지수를 추종합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 주식 중 미국의 금융데이터 기업인 FactSet Industry 기준으로 ‘Tech-Oriented’ 기업이 속하는 섹터를 선별한 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합니다.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는 Solactive AG가 발표하는 ‘Solactive US Big Tech Top 7 Plus Price Return Index’를 따릅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 빅테크 기업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군에 투자하고 싶다면 테마형 ETF를 일부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습니다. ‘SOL조선TOP3플러스’는 국내 조선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3종목과 그 외 특징적인 조선 산업 밸류체인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합니다. 조선주가 트럼프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1년 수익률이 136.07%dp 달합니다.
‘ACE 엔비디아밸류체인 액티브’는 AI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TSMC, 브로드컴, ASML홀딩ADR, 퀄컴 등 AI 관련주를 편입한 상품입니다.
‘SOL 미국AI 전력인프라’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를 비롯해 뉴스케일파워, 오클로, 버티브홀딩스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전력 인프라주는 AI산업 발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AI가 고도화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자, 빅테크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초과수익 추구하는 액티브 ETF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비중을 조절하는 액티브형 ETF도 있습니다. 헤지펀드 명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의 2024년 수익률은 90.06%로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28.64%)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 ETF는 테슬라를 비롯해 엔비디아, 팰런티어, 알파벳 등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는 제약·바이오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기계적으로 담는 다른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종목 비중을 조절해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 상품입니다.
다만 이같은 액티브형 ETF는 수수료가 일반 ETF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평균수명 '100세 시대' 대한민국 평균 은퇴연령은 51세에 불과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한 재테크 플랜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예금, 파생상품, 부동산 등 각종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관리 전략을 매주 연재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거나 포털에서 [일확연금 노후부자]로 검색하면 더 많은 재테크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