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거부에도…내년 '의대 정원 동결'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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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복귀율 30% 못미치지만
"내년 정원 결정돼야 학생 설득"
의대 총장들 '선확정' 요구 수용
또 원칙 허물고 물러선 정부
"필수 의료패키지도 수용 못해"
의대생들 복귀 가능성 크지않아정부, 오늘 의대 모집인원 '3058명 확정' 발표할 듯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 수업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지만 모집인원을 확정해야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대 학장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모집인원이 동결되더라도 의대생들이 당장 수업에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의대생 아직 안 돌아왔는데…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 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날 비공개회의를 열어 내년 의대 모집인원과 관련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집인원은 증원 전으로 원점 복귀하는 3058명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의대생이 ‘전원 복귀’한다면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대생은 ‘등록 후 수업 거부’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평균 수업 복귀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은 전제 조건 없이 모집정원을 확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의대생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먼저 확정지어야 학장들도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할 ‘카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총장들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전국 40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는 16일 회의를 열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하는 안에 합의했다. 의총협은 합의 내용을 교육부에 공식 건의했고, 교육부가 이 같은 건의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시 원칙 허무는 정부

상당수 의대생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집인원 동결’을 공식 발표하면 또다시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 된다.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어버린 데다 모집인원 동결 카드 외에 학생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낼 마땅한 대안이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긴 하다.

문제는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한 후에도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대생들의 휴학 투쟁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짜 문제는 의대 정원이 아니라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논리로 투쟁 전선을 넓히고 있다. 의대 증원의 수혜를 입고 의대에 입학한 25학번까지 수업 거부를 통한 투쟁에 동참하는 배경이다.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비급여와 급여 항목의 ‘혼합 진료’ 금지 등이 포함된다. 비급여 진료가 개원의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미래 소득 감소를 우려한 의대생들이 강경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 처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학생들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유급을 몇 차례 받아야 제적으로 이어지는 데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칙을 우회해 유급을 당하지 않도록 구제책을 내놓기도 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학생들은 뒤늦게 돌아가더라도 정부와 대학에서 대안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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