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입양가족
윤정희·김상훈 부부
2000년 자매 입양 시작으로
아홉째까지 사회인으로 키워
“밝게 자란 아이들 보며 뿌듯”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벅찬 시대에 자녀 11명을 키우는 윤정희 씨(60). 윤씨와 남편이자 목사인 김상훈 씨는 이들을 모두 보육원에서 입양했다. 부부는 봉사활동을 다니며 만난 아이들의 생기 없는 표정이 늘 눈에 밟혔다고 한다. 2000년에 자매를 입양한 뒤 어느새 국내 최대 입양 가정이 됐다. 이들 부부의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은 밝은 얼굴을 되찾았다. 올해 성인이 된 아홉째 윤(19)까지 9명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오는 11일 입양의 날을 앞두고 윤씨를 인터뷰했다. 이제는 양육 부담이 덜하겠다는 질문에 아내 윤씨는 “몸은 편해졌는데 (아이들이) 성인이 되니까 대학·취업·결혼 등 신경 쓸 게 더 많더라”라며 웃었다.
윤씨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은 11명의 자녀뿐만이 아니다. 그는 입양 자녀 외에 자립준비청년들을 한두 명씩 데려와 살고 있다.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 함께 생활한다. 10년간 윤씨의 집을 거쳐 간 청년은 9명이다. 이들은 윤씨를 ‘큰엄마’라고 부르며 꾸준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보육원 아이들을 꾸준히 집으로 데려오는 이유가 뭘까. 윤씨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어른, 잘못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주변에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씨는 “단 몇 개월이라도 가정의 품을 경험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윤씨는 청소년 가정위탁제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육원에 있는 중·고등학생이 원할 경우 일반 가정에서 머물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다. 지금도 가족이 아닌 일반 가정으로의 위탁은 가능하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보호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윤씨는 “양육지원비 등 혜택을 확 늘려 지역별로 전문 위탁 가정을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가진 문제는 정신적인 부분이 커요. 그런데 정부 지원은 주거나 취업 같은 물질적인 부분에 집중돼 있거든요.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정서불안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사회 부적응 같은 문제들을 막기 힘들 거예요. 그래서 가정의 울타리가 필요한 거죠.”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 중에는 정서불안뿐만 아니라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사례도 있다. 경계선 지능은 지적장애인은 아니지만 평균적인 수준보다 지능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처음 윤씨의 집에 온 몇몇 아이도 과거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쇼트트랙부터 사격, 축구 등 다양한 운동을 시켰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단단해진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씨 본인도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공부했다. 이런 노력이 몇 년간 이어지자 아이들은 점차 한 가족으로 거듭났다.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도 지적 능력이 평균 수준으로 회복됐다. 윤씨는 “지적 장애가 의심됐던 아이가 IQ 137의 수재로 자랐다”며 뿌듯해했다.
11명을 입양한 윤씨지만 입양에 대해선 “신중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의욕적으로 입양을 했지만 막상 양육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파양하는 사례를 많이 봐서다. 윤씨는 “입양은 현실이기 때문에 가족이 될 준비가 확실히 된 상태에서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돕고 싶다면 주기적으로 보육원에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멘토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윤씨 부부는 다음달 소속 목사로 일하고 있던 강릉 중앙감리교회에서 퇴직을 앞두고 있다. 부부는 은퇴 후에는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청년들을 돕는 활동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