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짜 딱 지켰는데 임금체불이라니"...편의점 사장 '분통'[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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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결근 알바생 "일한 돈 당장 넣어달라" 요청
원래 월급날까지 기다리라했더니 '임금체불' 신고
근로기준법은 14일 이내 금품 청산 의무 부과
실제로 기소돼 법정 선 사례도
회사 손해 입었어도 임금에서 공제는 안돼
전문가들 "14일 이내 금품 청산해야 뒤탈 없어"

"월급날짜 딱 지켰는데 임금체불이라니"...편의점 사장 '분통'[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바생이 갑자기 연락두절돼 며칠동안 심하게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카톡으로 '이번 주 일한 돈은 당장 좀 넣어달라'고 하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돈 받고 싶으면 직접 와서 받아 가던가, 원래 정해진 월급날에 보내주겠다'고 답장했더니 또 연락이 두절되더군요. 솔직히 제가 입은 손해도 커서 보상 관련 얘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몇주 뒤에 '임금 체불'이라며 고용노동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업주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사업주가 하는 기초적인 실수로 '퇴직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금품 지급 기한 미준수'를 든다.

○정해진 날에 월급 넣어줬는데...임금 체불로 기소된 사장님

실제로 그만 둔 직원의 잔여 임금을 원래 정해진 월급날에 지급한 편의점주가 기소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2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편의점주 A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A씨의 임금체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단시간 근로자를 두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A사장은 2020년 5월 13일 다른 직원과 갈등을 빚던 알바생을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A사장은 카카오톡으로 ‘B군은 5월 13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하며 5월 근무급여는 6월 12일에 정산됨’이라고 통보했다. 그간 편의점 전체 직원의 월급날은 매달 12일이었기 때문이다. A사장의 통보에 B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달 1일 B는 "A사장이 해고예고수당을 미지급했다"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 A사장은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고용노동청의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갑자기 '임금체불' 혐의가 추가했다.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는 경우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퇴직한 경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A사장은 약속했던 월급날인 12일에 이미 5월 1일부터 13일까지 근로분 66만원을 B에 빠짐없이 지급한 상태였다.

A사장은 법정에서 "그런 법률이 있는지 몰랐다"며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원래 월급날인) 다음 달 12일에 지급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B가 답변하지 않은 것은 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사는 "근로자가 답변하지 않은 게 기일 연장의 합의라고 볼 수 없다"며 "A사장가 법률 규정을 알지 못한 것도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지만 임금체불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5월분 임금을 다음 달 12일 정산하겠다는 A의 의사에 대해 B가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사장에게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A가 월급날이 임금을 다 지급한 것도 고의가 없는 점의 근거가 됐다.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판단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정작 B도 법원서 "14일 이내 임금을 정산해야 한다는 사실은 노동청 조사 당시 알게 됐다"고 말한 점이 증거가 됐다.

법원은 "A도 해당 규정을 몰랐고, B 역시 진정서에 단순히 '알바수당 미지급'으로 기재해 12일에 청산하겠다는 통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급여 정산일을 12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은 검찰 측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가급적 14일 이내 금품 확실히 청산해야"

금품청산 의무는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청산 항목에는 월급, 퇴직금은 물론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성과급, 근로소득액의 연말정산환급금, 재해보상금 등 근로와 관련된 모든 물품이 포함된다. 14일이 지난 시점부터는 연 20%의 지연이자가 발생하며, 양 당사자가 합의해서 지급을 연기해도 지연이자가 붙는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자와 감정 싸움으로 겪거나, 법률의 부지, 업무 편의 등을 이유로 금품청산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하지만 금품청산 규정은 임금 지급을 미룬다면 퇴직 근로자나 유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되기 때문에 만들어진 규정이라 엄격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A씨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가 퇴직하려고 할 때, 회사에 끼친 손실이나 손해를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이나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임금체불"이라며 "가급적 임금은 지급하되 별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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