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성공블록, 패트릭 벳-데이비드·그레그 딘킨 지음, 박영준 옮김, 서삼독 펴냄
이달의 경제 경영서
美유명 창업가 벳데이비드 펴내
타인의 무시·모욕 휩쓸리기보다
목표 향한 원동력으로 삼을땐
고난마다 마음 다잡는 계기돼
일론 머스크 등 실존 예시 통해
성공요소 12가지로 풀어내 눈길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였다. 어떤 사내가 빈정대는 투로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란에서는 그토록 잘나가는 화학자였던 가브리엘 벳-데이비드가 미국에서는 두 번이나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99센트짜리 잡화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다니.”
상대의 조롱에도 아버지는 입을 열지 못했다. 아들은 화가 솟구쳐 이렇게 퍼부었다.
“아무도 내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요. 우리는 이제 가야겠어요.”
아버지를 끌고 나온 아들은 30분 동안 단 하나의 문장만을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에게 아버지의 성을 똑똑히 알리겠어요.”
그로부터 6년 뒤 아들은 금융서비스 회사 PHP 에이전시를 설립했고, 그날부터 10년이 흐른 뒤에는 밸류테인먼트라는 미디어 회사를 세워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돈, 학벌, 인맥 없이 맨손으로 창업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패트릭 벳-데이비드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쇄 창업가이자 자산 1800억원을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를 키운 건 분노였다. 아버지에게 모욕을 준 그 사내는 그가 벳-데이비드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했고 나쁜 습관을 모두 끊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는 밤 마다 클럽을 전전하는 일도 그만두고, 틈날 때 마다 투자나 영업 같은 주제를 다룬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사업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이 닥칠 때 마다 그 사내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와신상담의 자세였다.
자기 경험을 통해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적(enemy)’이 성공의 자양분이자 촉매제라는 것이다. 나를 미워하거나 배신한 사람, 나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안겨준 사람이 나를 성공으로 이끄는 동력이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적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를 적으로 꼽는데, 나와 한편이 되어 싸워야 할 사람을 적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물론 감정만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는 없다. 감정에서 비롯된 동력에 비즈니스 구축에 필요한 논리적 요소를 결합하면 독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열두 개의 블록(적·경쟁자, 의지·기술, 사명·계획, 꿈·시스템, 문화·조직, 비전·자본)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이를 활용해 비즈니스 계획을 작성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공개한다. 적은 반드시 이기고 싶은 대상이고 경쟁자는 시장 분석을 위한 대상이다. 의지는 성공해야 하는 이유와 강한 열망을, 기술은 지식과 전문성을 뜻한다.
2012년 CBS 뉴스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감정을 분출하고 비전을 밝혔던 일론 머스크는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다.
당시 테슬라가 성공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기존 CEO들은 어떤 경우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닐 암스트롱 등 미국의 영웅들이 민간 우주비행선이라는 사업 계획에 부정적이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의 응원을 간절히 바란다면서 그는 비전을 밝혔다. “저는 우주비행선 개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비전과 원대한 목표는 마침내 현실로 이뤄졌다. 열두 개의 성공 블록이 이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