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내쫓기고 동네 망할 판국…GM철수 악몽에 시달리는 창원·부평

1 day ago 3

긴장감 고조되는 창원∙부평 공장
“군산공장 폐쇄 트라우마에 예민”
창원,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경험
대규모 투자에 역대급 실적 올려도
대외 불확실성에 여전히 ‘불안감’

공장 협력업체도 1000여곳 넘어
한국GM 철수 시 경남권 타격 예상

부평공장도 한숨...“본사 반신반의”

지난 12일 오후 3시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 최근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철수설이 나돌면서 직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지난 12일 오후 3시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도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 최근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철수설이 나돌면서 직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으로 ‘한국지엠 철수설’이 대두되면서 경남 창원공장과 인천 부평공장도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께 찾은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 한국GM 창원공장 정문 앞. 오후 3시 40분부터 시작하는 야간 근무를 위해 진입하는 차량들과 납품 트럭이 오가며 활기찬 모습을 연출했다. GM 로고가 새겨진 푸른 점퍼를 착용한 직원들의 자전거 출근 행렬도 눈에 띄었다. 이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한때 적막했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외형적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철수설’로 또다시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생산직 직원은 “최근 한국GM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수시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게 된다”며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화제”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직원은 “창원공장에는 군산공장 폐쇄 후 수개월간 실직 상태였다가 합류한 인력들이 있다”며 “과거 군산공장의 폐쇄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철수설에 예민하다”고 전했다.

사진설명

한국GM 창원공장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동반 폐쇄 우려가 컸지만, 정부의 중재로 GM이 군산을 제외한 부평·창원 공장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하며 간신히 존속했다. 당시 창원공장은 2개 조립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이후 한국GM은 2019년부터 창원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022년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과 맞물린 데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생산 계획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GM이 약속한 한국GM 10년 유지 기간이 2027년에 종료된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한국GM 창원공장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만으로 지난해 29만6000대를 수출했다. 이는 한국GM 전체 수출량(47만4700여 대)의 62%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GM 창원공장의 승용차 수출액은 36억달러로 창원시의 전체 수출액(228억달러)의 15.7%를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또 한국GM 창원공장에는 협력사를 제외하고 2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2·3차 등 전체 협력사 인력까지 포함하면 2만명에 달한다. 한국GM의 철수는 창원뿐만 아니라 경남 전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GM 창원공장의 협력업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창원공장의 1차 협력사는 20여 곳,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00여 곳이 넘는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물량 감소 징후는 없다. 그러나 우려대로 한국GM이 철수한다면 경남의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의 선제적 개입으로 이 같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한국GM 창원공장은 이미 수천억 원의 투자가 집행됐고, 생산량도 상당해 현재로서는 철수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GM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부평 = 이충우 기자]

지난 14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부평 = 이충우 기자]

한국GM 부평공장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찾은 부평공장은 출퇴근하는 공장 근로자들과 통근 버스가 줄지어 출입문을 오가고 있었다. 퇴근하던 직원 A씨는 “한국GM이 미국 GM 본사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군산공장을 닫을 때도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는데, GM 본사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언제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꿀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GM 본사가 하는 말에 대해 솔직히 반신반의 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완성차 기업의 공장 폐쇄가 단기적인 원인으로 가볍게 결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부평공장 근로자 B씨는 “공장을 새로 짓거나 닫는 것은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결정 내려지는 문제”라며 “트럼프가 평생 미국 대통령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기적으로 불거진 관세 문제로 철수까지 결정하는 것은 과한 해석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트럼프의 말로 인한 혼란으로 인해 한국GM만 혼란에 빠진 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부평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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