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몰아낸뒤 두 군벌 극한 대립
우크라-중동 전쟁에 우선순위 밀려
‘인구 4분의 1’ 1300만명 난민 생활
군벌 간 권력 투쟁으로 발발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이 15일로 2주년을 맞았다. 인구 5100만 명 중 1300만 명(25.5%)이 난민으로 내몰렸고 최대 15만 명의 사망자 또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에 밀려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논평했다.이날 영국, 아프리카연합(AU),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등은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열고 내전을 종식하고 민간인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했다. 과거 수단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은 1억2000만 파운드(약 2272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내무장관은 “1년 후에도 똑같은 회의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단 정부군, 반군 민병대인 신속지원군(RSF)이 모두 참가하지 않아 내전 종식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단 내전은 인종, 종교, 경제 갈등의 골이 심각하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수단 북부의 부유한 아랍계와 기독교를 믿는 남부의 가난한 아프리카계 흑인들은 오랫동안 대립했다. 영국은 식민통치 내내 고의적으로 양측의 갈등을 부추겼고,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도 분열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유전을 대거 보유한 남부는 2011년 ‘남수단’으로 독립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졌고 갈등 또한 증폭됐다.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수단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33달러(약 76만 원)로 세계 171위에 불과하다.1993∼2019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도 잔혹한 철권통치를 펼쳤다. 현재 정부군을 이끄는 압둘 팟타흐 알 부르한 총사령관(65)과 RSF 수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50)는 한때 모두 바시르의 수하였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자를 몰아냈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렬하게 대립했다. 결국 2023년 4월 15일 양측의 전면전이 발발했다. 현재 정부군이 북동부, RSF가 남서부를 각각 통제하고 있다. 양측 모두 고문, 성폭행 등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단은 국제구조위원회(IRC)가 발표하는 ‘세계 위기 국가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또한 수단 내전이 난민, 기아 등 모든 위기의 기록을 깨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다갈로 사령관은 이날 RSF 통제지역에 ‘평화와 통합의 정부’를 수립하고, 지역별 대표 15명으로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양측의 격렬한 대립이 사실상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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