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건희 선대 회장 3000억 원 기부
환자 1만1822명 진단, 5512명 치료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김해성 군(가명·6) 어머니가 무대에 올라 소망을 전했다. 김 군은 27주 만에 이른둥이로 태어나 ‘단장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았다. 소장이 짧아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병이다. 국내 환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김 군은 뇌 병변과 자폐성 장애도 있어 발달이 늦고 걸음은 불편하다. 모자 이야기가 끝나자 다른 환자와 가족은 박수를 보냈다.
어린이날을 앞둔 2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 약 200명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병원 생활 단상을 담아 의학 소설을 쓰고 싶다는 뇌종양 환아의 꿈, 수술을 앞두고 물놀이를 다녀오고 싶다는 백혈병 환아 어머니 이야기도 무대를 채웠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열었다. 이 사업단은 2021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3000억 원 기부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병원 측은 기부금 중 1500억 원은 소아암 진단·치료에, 600억 원은 희귀질환 진단·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900억 원은 연구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을 통해 2021~ 2024년 총 1만1822명의 환자가 진단받았고 5512명이 치료를 받았다.올해 행사의 슬로건은 ‘아픔은 멈춤이 아니다’ ‘Kids Never Stop’ ‘우리들은 자란다’였다. 병원 관계자는 “병마와 싸우며 아픔을 겪는 아이들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자라고 있으며 모두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은화 사업단장(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이번 행사는 고 이건희 회장님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치료로 지쳐 있는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전국 의료진과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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