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도 갖췄을 줄은"…건설사가 문화 전시회 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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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가 아파트를 튼튼하게 짓는다는 이미지는 있었는데, 이렇게 세련미까지 갖췄을 줄은 몰랐네요.”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더샵갤러리’의 방문객 열에 아홉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더샵’이란 단어만 들으면, 포스코이앤씨가 운영하는 견본주택이나 브랜드 전시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공간의 정체성은 복합문화관이다. 다양한 전시와 강연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실제 부동산 투자보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더샵갤러리' 외관. 포스코이앤씨 제공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더샵갤러리' 외관. 포스코이앤씨 제공

현대미술부터 팝아트까지

지난달 방문한 더샵갤러리 2층에선 ‘3인 3색 아트테이너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배우 최민수와 작곡가 배드보스, 래퍼 아웃사이더 등 유명 엔터네이너 3명이 그린 미술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3명의 작가는 각자의 예술 세계를 각각 현대미술, 팝아트, 만화 형태로 풀어냈다. 한 관람객은 “최민수씨가 그림도 잘 그리는구나”라고 나지막이 감탄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들의 작품을 전시하다 보니 관람객들의 흥미와 집중도가 더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엔 배드보스와 아웃사이더를 초청해 토크 콘서트도 가졌다. ‘미술과 음악의 조화’도 더샵갤러리만의 특징이다. QR코드 등을 통해 아웃사이더의 외톨이 같은 작가의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장치도 호평받고 있다.

'더샵갤러리' 1층 라운지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더샵갤러리' 1층 라운지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4층 기획전시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넓은 공간에 최은혜 작가의 ‘Dreaming in Spring’ 전시회가 마련돼 있었다. 파스텔 톤의 작품들을 바라보니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졌다. 더샵갤러리에선 이 같은 기획 전시가 연중으로 열린다. 실내현악 등 음악 공연도 이따금 이뤄진다.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예약만 하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탄탄한 콘텐츠 덕분에 인기는 매우 좋다. 작년 4~6월엔 주말마다 모두 매진 행렬이었다. 재방문율도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계속 더샵갤러리를 찾는 마니아층도 많다고 한다. SRT 수서역과 가까이에 있는 만큼 지방 관람객들 비중도 제법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수서역 인근 핫플(핫플레이스)’ 목록에도 올라와 있다.

‘철이 가진 유연함’ 눈길

전시회나 공연 이외에도 더샵갤러리엔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장치들이 적지 않다. 이 건물은 포스코의 강건재(강철로 된 건설자재)를 활용해 시공됐다. 주차장과 1층 라운지 천장, 인포메이션, 메인 계단 모두 강건재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마냥 투박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컨대 천장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해 물을 형상화했는데, 이는 철이 가진 유연함을 나타낸다.

'더샵갤러리' 4층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더샵갤러리' 4층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1층에 '포스아트'로 구현한 높이 4.3m, 넓이 23m 규모의 초대형 작품도 마련돼 있다. 포스아트란 포스코가 개발한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트 강판이다. 일반 프린트보다 해상도가 4배 높고, 질감까지 구현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포스아트 등을 통해 포스코의 기술력과 브랜드가 자연스레 노출되는 효과가 있다.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워터레인’도 눈에 띈다.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어울려 따뜻함을 더한다. 워터레인은 5층 루프탑까지 순환한다. 내부와 외부 모두에 걸쳐 물이 흐르는 셈이다. 자연의 순환성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날씨가 좋을 땐 방문객들이 5층 루프탑과 4층 외부 테라스에서 조경 등을 감상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샵갤러리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도 많다. 4층 카페테리아에선 시그니처 티와 커피가 있다. 각각 유현수 셰프(티), 앤트러사이트 카페(커피)와 함께 개발했다. 4층에는 더샵 향기가, 1층에는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 향기가 발향되고 있다. 미국의 조향사 레이먼드 맷츠와 함께 개발했다. 곳곳에서 은은한 선율이 들려오는데, 이는 정재일 음악감독이 선곡(혹은 작곡)한 음악이다.

건설사가 왜?

'더샵갤러리' 1층에서 바라본 워터레인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더샵갤러리' 1층에서 바라본 워터레인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공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이렇게 무료 문화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몬스 그로서리’ 마케팅과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다. 침대 업체인 시몬스는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열어 MZ세대한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통해 시몬스에 대한 호감을 확산시킨 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시몬스 제품을 구매하도록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이은숙 더샵갤러리 관장은 “더샵갤러리라는 공간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더샵이나 오티에르 같은 포스코이앤씨의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며 “앞으로 음악과 미술의 융복합, 강연, 미니공연, 미디어파사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집을 잘 짓는 걸 넘어 매력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능력을 잘 갖췄다는 점을 자연스레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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