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대우 미군도 모병에 어려움”… ‘선택적 모병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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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캠프, 징집복무 10개월로 단축·36개월 모병제 공약 검토… “병사 숙련도 저하” 우려

“징병제 근간은 유지하면서도 미래 무기체계를 운용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모병제적 성격을 높여가야 한다.”(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국이 처한 안보 위협을 고려하면 모병제는 시기상조다. 쉽사리 복무 기간이나 병력 규모를 줄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예비역 준장 출신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2030년대 후반 한국군 30만 명대로 감소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 후보가 ‘선택적 모병제’를 군복무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인 병역제도 개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는 4월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은 자리에서 “징병제, 모병제 문제는 지난 대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징병제의 장점, 모병제의 장점을 섞어 선택적 모병제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ADD 직원 간담회 석상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전쟁 양상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다”며 “드론 개발이나 무인 폭파 무기체계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채널A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 캠프에선 단기 징집병 복무 기간을 현행 18개월에서 10개월로, 모병 근무 기간은 36개월로 하는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역 대상자가 10개월 징집과 36개월 모병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는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의무 복무 기간 18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 △징집병 규모 15만 명으로 축소 △모병으로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과 군무원 배치 등 병역제도 개편을 공약한 바 있다. 주간동아는 군사 전문가 7명에게 이 후보가 제시한 선택적 모병제의 실현 가능성과 군사적 득실을 물었다.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아직 공약의 구체적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라서 평가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모병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한다고 해도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는 급여와 대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모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택적 모병제 등 병역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받는 배경에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력 자원 부족이 있다. 조관호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2023년 6월 발표한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대 후반 한국군 병력은 30만 명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그래프 참조). 그간 한국군이 유지해온 상비병력 50만 명에 비하면 20만 명가량 부족한 수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 인구 구조상 병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택적 모병제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군에 닥친 인구절벽 파고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취재에 응한 예비역 장교들은 최근 일선 부대에서 겪는 인원 부족과 숙련도 저하에 대해 “한 대대에 전차 50대가 있는데 이를 조종할 병력이 부족해서 우선 일부만 훈련장으로 끌고 나가고, 조종수들이 부대에 다시 복귀해 나머지 전차를 이동시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전차와 자주포 등 기갑차량은 해치를 닫고 운전하는 ‘밀폐 조종’이 필수다. 그런데 최근 조종 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지다 보니 사고가 우려돼 해치를 열고 상반신을 노출한 채 조종하고 있다”고 실제 사례를 들려줬다.

“한국군, 북한군 3분의 1인 40만 명은 유지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 후보가 4월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 후보가 4월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상당수 전문가는 선택적 모병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더라도 지원율이 얼마나 높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주된 근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절벽으로 병역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모병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병력 충원이 원활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현재 운영되는 전문하사(임기제 부사관) 지원율도 낮은데, 이는 젊은이 입장에서 하사 월급을 받으며 자유를 빼앗기느니 차라리 빨리 취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잘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적잖은 군 간부가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여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군문을 떠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 처우 개선이 없는 한 선택적 모병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지원율이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 후보의 선택적 모병제에 대해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미군마저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군에 선택적 모병제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육군은 매년 6만 명을 새로 모집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해마다 1만 명 이상이 부족하다고 한다. 결국 입대 허들을 낮췄다가 중범죄자가 군에 들어오는 등 질적 저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지상군 병력은 120만 명가량 된다. 방어하는 쪽이 공격하는 쪽의 3분의 1은 돼야 한다는 전통 군사사상에 따르면 한국군도 40만 명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

이 후보 캠프에서 나오는 ‘의무 복무 10개월’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적잖다. 주은식 소장은 “과거 독일군이 군 의무 복무 기간을 9개월로 줄인 바 있지만 이는 통일로 이렇다 할 안보 위협이 없는 상황이라서 가능했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10개월 의무 복무는 너무 짧다”고 말했다. 병력 규모를 줄이는 대신 드론 등 첨단 무인무기체계로 보충한다는 관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세진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 위원(예비역 소령)은 “최근 무인무기체계가 각광받고 있지만 한반도의 지형이 험준하다 보니 로봇 기동성 부족과 통신 제약, 드론은 적의 재밍 가능성 등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6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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