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향해] ㈜신아건설산업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성격
최 대표는 스스로를 “불편한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누군가는 시키는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되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먼저 따져보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하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해운항만청에 발을 들인 이후 군산항건설사무소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광양지사·본사에서 건설실장을 지내며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개발이라는 국내 초연약지반 개량 공사의 시초를 몸으로 겪었다. 당시엔 마땅한 공법이 없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매트가 찢어지고, 장비가 가라앉고, 안전사고와 품질 저하로 공기가 늘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사회에 나와 보니 세상은 단순했다. 불편함을 그냥 참고 지나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을 직접 풀어보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만이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선하려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만들고, 아이디어가 결국 기술이 된다는 믿음은 훗날 세광종합기술단 부사장을 거쳐 2003년 신아건설산업을 세우고 독자 기술을 쌓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회사 설립과 함께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연약지반 기술 연구 전담 부서를 꾸리는 것이었다.
능동적으로 움직여 쌓은 기술
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배우면 되지만 사회는 다르다. 최 대표는 후배들에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누가 시키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배우고, 먼저 질문하고,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직업 자체를 바꾸기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그 스스로도 공직과 용역회사를 거치며 자리를 지키기보다 다음 단계를 먼저 준비했고 그렇게 완성한 것이 신아건설산업의 QCDM 공법이다. 연약지반 위에 장비 주행성을 확보하는 SKID식 매트 포설법, 복토재를 균일하게 살포하는 수차식·슬라이드식 벨트컨베이어 공법, 점토층의 물을 빼내는 V형 PBD(플라스틱 보드 드레인) 탈수 공법, 단일 장비로 사석층 시공까지 가능한 복합 PBD 천공 공법, 관리 인력을 줄이는 압밀수 배수관리 시스템까지 개량 공사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 체계다. 특히 회전체가 달린 주행식 벨트컨베이어 살포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신아건설산업만의 특허 기술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쇄석재보다 저렴한 토사로도 복토할 수 있는 슬라이드식 벨트컨베이어를 개발해 원가 절감에 기여했고 연약층 속 단단한 사석층까지 뚫는 복합 PBD 천공기로 장비 교체 없이 한 번에 시공을 마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 체계는 20여 건의 특허와 실용신안, 건설신기술 지정으로 뒷받침된다.성공보다 몰입을 택한 이유
젊은 직원들이 성공의 지름길을 물을 때마다 최 대표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저는 성공보다 몰입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몇 등을 했는지보다 달리는 동안 목표를 향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목표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집중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광양항 부두 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 투기장, 목포항,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와 진해 웅동 준설토 투기장 등 국내 주요 항만 현장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며 한 우물을 파왔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기술자문위원, 부산항·인천항 건설사무소 설계자문위원 등을 맡아 정부와 현장을 잇는 역할도 함께해왔다. 최근에는 준설토 표면에 고인 물을 효율적으로 빼내 지표면 강도를 높이는 표면관리 시스템의 현장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시험시공을 거쳐 실제 현장에 순차적으로 반영 중인 이 기술 역시 몰입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일되돌아가도 같은 길을 걷겠느냐는 질문에 최 대표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토목은 힘든 직업이다. 숙소도 없는 현장에서 시작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이 만든 길과 구조물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때 건설인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과 항만협회 기술상, 대한전문건설협회 기술상, 대한민국 산업대상 등 그간 쌓아온 수상 이력도 결국 그 보람의 연장선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오늘도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전한다. “불편함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당연하게 여겼던 불편함 하나가 내일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신아건설산업이 20년 넘게 항만 연약지반 분야에서 앞자리를 지켜온 배경에는 현장의 불편함을 놓치지 않고 기술로 풀어낸 최 대표의 오랜 몰입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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