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빛낸 K-발레 스타들, 올여름 고국 무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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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르코썸페스타

“프랑스도, 러시아도, 미국도 톱클래스 무용수는 거의 다 한국 사람입니다.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지금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K-발레의 현주소입니다.” (유지연 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

세계 무대를 누비던 한국의 무용수들이 여름밤 고국으로 돌아온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 시민과 청소년까지 무대에 서는 춤축제도 펼쳐진다.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15개 공연예술축제를 묶은 ‘2026 아르코 썸 페스타’의 무용 부문 프로그램이다.

‘2026 한국을 빛낸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 자문을 맡은 유지연 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솔리스트 무용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26 한국을 빛낸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 자문을 맡은 유지연 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솔리스트 무용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해로 23주년을 맞은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는 40명의 무용수가 초청돼 18개 작품을 선보이는 화려한 갈라공연이 펼쳐진다. 7월 29일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 대극장과 8월 1,2일 서울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올해 초청된 해외무용 스타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윤서후, 독일 드레스덴 잼퍼오퍼 발레단의 정서현, 라이프치히발레단의 최수정,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부토 컴퍼니 다이라쿠다칸(大駱駝艦)의 양종예다. 특히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숨은 보석’ 윤서후는 입단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관객 앞에 선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맥스 달링턴과 함께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레이몬다’ 그랑 파드되와, 국내 초연되는 사뮈엘 뮈레즈 안무의 ‘Chaconne’를 춤춘다.

해외무용 스타 공연은 해외에서는 활발히 활동하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별’을 불러내 매년 큰 주목을 받아왔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유지연 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무용수(현 건국대 외래교수)도 강수진 등과 함께 해외로 나가 성공한 1세대 발레리나로, 초창기 이 공연 무대에 올랐던 당사자다.

“정말 좋은 학생들이 나가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마린스키, 볼쇼이, 슈투트가르트 같은 큰 단체 무용수는 그래도 한국에 알려져요. 그런데 그만큼 크지 않아도 좋은 단체에서 활약하는 실력파 무용수들이 많은데,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올해 무대의 또 다른 축은 해외에서 프로로 활동하다 귀국해 안무가로 변신한 무용수들이다.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출신의 해외 진출 1세대 허용순(현 드레스덴 잼퍼오퍼 발레단 리허설 디렉터)은 후배 정서현의 첫 고국 무대를 위해 2인무 ‘One + One’을 새로 안무했다. 라이프치히발레단의 간판스타 최수정은 우베 숄츠 안무의 ‘천지창조’ 중 ‘아담과 이브’ 2인무와 빈첸초 팀파 안무의 ‘Souvenir’를, 워싱턴발레단 출신 조주현은 코믹 발레 ‘그녀에게’를 올린다. 부토 댄서 양종예는 올해 도쿄 SAI 안무경연대회 그랑프리작 ‘정체불명 X의 소환’을 국내에 처음 공개한다. 유 교수는 이런 장르의 확장을 반긴다. “정통 클래식 발레단은 많지 않으니, 좋은 안무가가 있는 현대무용 단체로도 많이 진출하고 있죠. 우리 젊은 무용수들이 현대무용도 어마어마하게 잘해요. 몸에 대한 센스, 리듬감과 흥. 이런 걸 타고 나는 것 같아요.”

발레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지연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발레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유지연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특히 올해는 무용 공연이 거의 열리지 않는 음성군에서 충북예고 무용단과 유망 인재들의 공연, 해외 진출을 주제로 한 토크쇼, 해외 스타가 직접 지도하는 발레 클래스를 함께 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에 계신 분들도 똑같이 무용공연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해요.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오래 있으며 지방 공연을 다녀봤는데, 문화 수준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 교수의 말이다.

2001년 LG아트센터에서 첫발을 뗀 해외무용스타 초청 공연은 그동안 120여 명의 해외 한국 무용수를 소개하며 인재의 요람이 되어 왔다. 올해 영스타로 선정된 6명(덕원예고 허조은, 서울예고 현지호, 선화예고 정아라, 한예종 영재원 박큰별빛, 충북예고 이지우, 충북 동성중 정한별) 역시 주목된다. 김기민(마린스키), 박세은(파리오페라), 서희(ABT) 등 오늘날 메이저 발레단의 주역 상당수가 이 무대의 영스타 출신이다.

● 부산발레페스티벌

해외에서 돌아온 별들이 무대의 정점을 보여준다면, 2019년에 시작된 부산발레페스티벌은 지역에서 춤의 저변을 넓히는 일을 8년째 해오고 있다. 8월 20~22일 부산 영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수도권 밖 지역 발레축제로서 드물게 지속의 힘을 증명해 왔다.

부산발레시어터를 이끄는 정성복 대표는 이 축제를 “단순히 공연을 선보이는 행사가 아니라, 발레를 통해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부산발레페스티벌을 여는 정성복 부산발레시어터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부산발레페스티벌을 여는 정성복 부산발레시어터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올해 8회째를 맞았다는 것은 단순한 횟수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에서 발레 축제를 지속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시간은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쌓아온 신뢰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부산에서 성장해 서울에서 약 20년간 국내 대표 발레단의 무대를 경험한 그는, 그 경험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축제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아직도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도 훌륭한 예술가와 잠재력 있는 청년들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와 플랫폼입니다.”

올해 축제는 공연과 참여 프로그램을 촘촘히 엮어 발레의 관객층을 넓힌다. 미래의 창작자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는 청년안무가전, 국내 정상급 무용수가 서는 프로발레 갈라, 취미 발레인을 위한 ‘쉘 위 발레’, 청소년 무대공연이 공연의 축을 이룬다. 여기에 발레워크숍, 무용영상 상영회, 발레마켓이 더해진다.

“청년안무가전은 미래를 이끌어갈 창작자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프로발레 갈라는 국내 최고의 무대를 시민들에게 선보입니다. 취미발레와 청소년발레는 발레를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정 대표는 이를 “‘발레를 하는 사람’과 ‘발레를 보는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부산발레페스티벌은 지역에서 시작된 문화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죠. 예술은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를 잇고,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르코 썸 페스타(ARKO SUM FESTA) 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축제 지원사업 ‘대한민국공연예술제’에 선정된 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축제를 하나로 연결한 통합 브랜드다. ‘세상의 모든 공연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해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며, 7월부터 9월까지 서울·부산·제주·춘천·밀양·광명·화성·음성 등 전국 각지에서 15개 공연예술축제를 차례로 선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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