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프 대디'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미국 힙합 거물 숀 디디 콤스(55)가 성매매 강요 등 핵심 혐의에서 무죄를 인정받아 종신형 위기에서 벗어났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이 콤스에 적용된 5개 범죄 혐의 가운데 핵심 혐의인 성매매 강요 2건과 범죄단체 활동(Racketeering) 공모 1건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콤스는 성매매를 위한 운송 혐의 2건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다.
성매매 강요의 경우 혐의당 최소 15년에서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범죄단체 활동 혐의 역시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반면 성매매를 위한 운송죄는 최고 형량이 10년으로, 그에게 적용된 5개 범죄 혐의 중 처벌 수위가 가장 가벼운 것으로 꼽혔다.
이날 배심원은 13시간의 심의 끝에 이러한 평결을 내렸다.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성범죄와 범죄단체 활동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콤스는 변호사 중 한명과 악수를 하였다. 변호사들은 서로 기쁨에 껴안았는데 그중 두 명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콤스는 '흑인 인재풀'로 불리는 명문대 하워드대를 중퇴하고, 지난 3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 프로듀서이자 레이블 경영자로 군림해왔다.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미국 솔 가수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미국 R&B 스타 어셔(Usher) 등과 작업했고 그래미상을 세 번 받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과 사회 정의를 지원하는 리볼트 TV(Revolt TV)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콤스의 전 연인이었던 가수 캐시 벤트라에게 성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후, 감금, 인신매매, 성폭행, 불법무기, 약물투여, 불법 성착취,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가 불거졌다.
미국 사법 당국은 지난해 3월 콤스의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LA) 자택을 압수수색 해 권총, 탄약, 마약, 1000병에 달하는 대량의 베이비오일과 윤활유를 압수했다. 콤스는 같은 해 9월 맨해튼에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콤스는 성매매, 강제 노동, 성매매 목적 교통편 제공, 마약, 납치, 방화, 뇌물 수수와 사법 방해 등의 범죄에 가담했거나 가담을 시도한 범죄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콤스가 자기 영향력과 재력을 이용해 전 여자 친구들에게 '프릭 오프'라 불리는 집단 성행위 파티에 참여하게 하고 마약 투약과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여기에 성관계 모습을 지켜보거나 촬영하기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재판에는 벤투라를 포함해 콤스와 교제했던 전 여자 친구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들은 모두 콤스로부터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벤투라는 콤스가 정기적으로 마약과 술을 먹였고, 남성 매춘부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으며,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폭력적인 강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행위에 대해 '완전한 영감을 주는 경험'이라고 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콤스는 검찰이 제기한 5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콤스 측 테니 게라고스 변호사는 "이 사건은 합의된 관계에서 판단 능력 있는 성인들이 내린 자발적인 선택에 관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금전적인 동기에서 콤스가 범죄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배심원단은 콤스가 받는 혐의 중 범죄단체 활동 혐의에 대해 특히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국 범죄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벤투라를 포함한 일부 증인은 콤스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으며, 프릭 오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자 메시지를 콤스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변호인단도 증인들의 증언이 일관성이 없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편 콤스는 이번 형사재판 외에 그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들로부터 최소 50건의 민사소송을 당했다. 벤투라는 지난 2023년 콤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2000만달러(한화 약 271억4000만원)를 받고 합의한 바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