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영진은 15일 경기 평택 공장 노동조합 사무실로 달려갔다. 협상 테이블로 나와 달라고 노조에 요구했다. 노조는 거부했다.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파업도 강행하겠다고 했다. 울산에서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고 있다. 이 밖에 카카오, 현대자동차 노조 등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성과급일까. 성과급 논란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논란은 일면 긍정적이다. 과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기업 관련 분쟁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통 분담’이 아니라 ‘성과 배분’이 주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과거 배분을 둘러싼 분쟁은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규모 분배 요구는 1987년 7월 있었다.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노동자 투쟁이 일어났다. 정당한 임금 지급과 노조 설립 허용이 주된 요구였다. 회사도, 사회도 3저호황의 결실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에 벌어진 이 분쟁은 이후 중산층 형성의 밑거름이 됐다.
또 다른 대표적 분배 요구는 2000년대초 일어났다. 사회 단체와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수 주주 권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는 성과도 있었다.
2026년은 이같은 대한민국의 분배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1987년 연대를 기반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던 요구는 2026년 “기업 이익의 일부는 우리 몫”이라고 주장하는 ‘이익 공유 투쟁’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인공지능(AI) 붐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익이 급증하자 근로 조건이 아니라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까지 노동 의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노조와 달리 현재 투쟁을 주도하는 것은 ‘공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라는 점도 다르다.
한국 사회는 이제 결핍이 아닌 잉여의 시대에 어떻게 자원을 배분할 것이냐를 숙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 결과가 10년후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앞서 이를 경험한 해외 기업이 주는 교훈은 성과 보상도, 주주 환원도 과도하면 독이 된다는 점이다. 기업 환경은 급변하기 때문이다.
정영효/곽용희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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