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무더위가 일상화하자 뷰티·식품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뷰티업계에선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케어’ 분야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식품업계에선 빙과·비빔면 시장이 내수 침체를 딛고 매년 성장하고 있다.
30일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 한국콜마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법인 매출에서 선케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통상 1분기는 선케어 비수기고, 날씨가 더워지는 2분기부터 성수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최근 여름이 길어져 1분기부터 생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우 한국콜마종합기술원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장은 “기존엔 선케어 주력 시즌이 5월부터였다면, 최근엔 무더위가 빨리 시작되고 선크림 사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1~2월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며 “로레알 등 글로벌 뷰티 기업부터 국내외 인디 브랜드까지 선케어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업계에서 연구개발(R&D) 혁신이 가장 활발한 분야도 선케어다. 한국콜마는 최근 세계 최초로 백탁 현상이 적은 유기자차와 자외선 차단력이 뛰어난 무기자차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 자외선 차단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김 소장은 “선케어 제품 시장이 흡수력과 발림성이 뛰어난 선세럼, 선앰플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도 최근 5년간 출원한 특허 기술의 10% 이상이 자외선 차단 관련 기술이다.
폭염은 가공식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 소비층인 유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하며 내리막길을 걷던 빙과 시장은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빙과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3653억원에서 2023년 1조4274억원으로 커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이스크림 시장은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1034억달러(약 142조6000억원) 규모로 2029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철 대표 제품인 비빔면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팔도(팔도비빔면), 농심(배홍동비빔면), 오뚜기(진비빔면) 등은 봄부터 비빔면 신제품을 내놓는 등 마케팅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2021년 비빔면 시장에서 철수한 삼양식품은 올 3월 신제품 ‘맵탱 쿨스파이시 비빔면 김치맛’을 내세워 재도전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