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첫날 선생님에게 예쁘다고 했다가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이 법정 다툼 끝에 징계를 취소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병철)는 A군 측이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군은 지난 1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교내 봉사 2시간' 징계 처분을 받았다. 5학년 1학기 등교 첫날이었던 지난해 3월 4일, 담임교사 B씨에게 "선생님 예쁘세요. 저랑 사귀실래요?"라는 발언으로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군 측은 교권보호위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A군 측은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으며, 학생들이 애정의 표현으로 선생님에게 '예쁘다' '잘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라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군이 B씨에게 '사귀자'고 발언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A군의 발언이 담임교사를 당혹스럽게 할 순 있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남녀 간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거나,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A군을 신고하면서 설명한 'A군이 평소 다른 학생들에게도 성적인 언동을 했음을 알게 돼 이를 학부모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경위에 대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A군의 발언에 성적인 의미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A군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신고한 배경도 들여다봤다. 학기 초부터 학교폭력을 겪은 A군은 부모와 함께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피해가 점점 심해지자, B씨가 충분한 관심이나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심지어 언어폭력을 넘어 성적 피해까지 보게 되자 A군 측은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지난해 9월 학교폭력 신고와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 결과 일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 일부는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군 측은 같은 해 11월에 B씨를 상대로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이후 B씨가 A군의 학기 초 발언을 문제 삼으며 뒤늦게 교권 침해 학생으로 신고한 것을 재판부로서는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밖에 교권보호위는 A군 부모가 B씨에게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 일 등으로 특별교육 이수 6시간 처분을 내렸는데, 재판부는 이 처분 또한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헌법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자녀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정황을 발견한 경우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리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할 권리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