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 유람지이자 ‘웃대’ 동네, 서촌… 일제 개발로 여학교-일본인 들어와
병합 대가 副 축적한 친일 윤덕영… 인왕산 밑 ‘조선 제일 사치집’ 세워
정작 거주는 벽수산장 뒤 한옥에서 아방궁 사라지고 지금은 돌기둥만
식 별장 ‘벽수산장’의 1929년경 전경(1973년 철거). 사진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이런 가운데 1910년대부터 서촌에는 우뚝한 저택 한 채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저택의 주인은 윤덕영(1873∼1940)이었다. 명문가인 해평 윤씨 가문 출신인 그는 1894년 과거에 급제한 뒤 개화 관료로 여러 관직을 역임했다. 1906년 동생 윤택영의 딸이 황태자비(순종비 순정효황후 윤씨)로 책봉되면서 궁내부의 고위 직책을 맡아 궁중의 친일화를 주도했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 과정에서는 시종원경으로 궁중의 불만과 잡음을 제압하는 역할을 해 당시 “부중(府中·정부)의 이완용, 궁중의 윤덕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제강점기에는 이왕직(李王職·대한제국기 궁내부를 개편한 옛 황실 관련 사무 기구)의 고위직을 지냈으며, 총독부 중추원 고문 등을 거쳐 1939년에는 일본 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에까지 올랐다.
윤덕영은 강제병합 당시 다른 인물들보다 훨씬 많은 거액의 은사금을 받았다. 이후에도 1919년 고종 장례 때 참봉 첩지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가 하면, 이왕직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각종 금전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윤치호는 1919년 말 일기에서 “민병석과 윤덕영이 덕수궁, 즉 고종 황제의 궁궐과 영성문 안쪽의 부지를 일본인에게 팔았다고 한다. 이 비열한 매국노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웹스터 사전에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윤치호일기’, 1919년 11월 22일). 이처럼 축재에 몰두한 결과 그는 1930년대 초 100만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거부로 알려졌다. 1940년 7월에는 경성부 전체 호별세 등급에서 47등에 올랐다. 윤덕영은 일제강점기 초 거액을 들여 서촌 옥인동 47 일대의 토지를 매입했다. 조선 후기 송석원(松石園)이라 불리던 곳으로, 서촌에서도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오래전부터 권세가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었으며 최종적으로 윤덕영의 손에 들어갔다.‘경성부지적목록’을 보면 1910, 20년대 옥인동 지번의 거의 절반이 윤덕영 소유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확보한 토지 위에 서양식 대저택을 지었다. 설계도는 “당초 프랑스 어느 귀족의 집 설계서를 프랑스 공사로 갔던 모 씨가 얻어 온 것”이었다. 여기서 ‘프랑스 공사 모 씨’는 충정공 민영환의 동생 민영찬을 가리킨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프랑스 공사였던 그는 유럽 각국에 조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항의문을 제출하고, 고종의 밀지를 받아 미국을 방문하는 등 반일 외교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를 포기하고 귀국했다.
민영찬이 가져온 설계도를 바탕으로 지은 이 저택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한 층의 건평만 661㎡(약 200평)가 넘었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었다. “벽돌 한 개가 범연한 것이 없고 유리 한 장도 보통의 물품은 쓰지 아니하여” 철재와 타일 등은 독일산 수입품을 사용했고, 보일러 시설까지 갖춘 호화 주택이었다. 이 건물은 프랑스의 ‘샤토(château)’ 양식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토는 원래 프랑스어로 ‘성(城)’을 뜻하지만, 근대 이후에는 성을 개조하거나 그 양식을 본떠 지은 최상류층의 대저택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산장의 모습. 사진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그렇다면 생활하지도 않은 벽수산장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일본 상류층은 대외적 과시용으로 양식 건물과 실제 생활공간인 일본식 주택을 함께 짓는 경우가 많았다. 벽수산장도 비슷한 의미였다고 짐작된다. 이후 벽수산장은 중국계 신흥 종교단체인 홍만자회(紅卍字會) 조선지부가 사용하다가 윤덕영 사망 후 일본 기업에 매각됐다. 광복 후에는 한때 병원과 미군 장교 숙소 등으로 쓰이다가 1954년부터는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 청사가 들어섰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3 weeks ago
18
![[부음] 신재식(모토로라코리아 대표)씨 모친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토요칼럼] 딸깍의 시대, 사라진 보호막](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사설]착공 물량 감소에도 “수요 압력 2, 3년 더”… ‘쌍끌이 상승’ 막아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14.1.jpg)
![[사설]김건희 이번엔 징역 7년… 금품 받고 공직 판 ‘매관매직’ 단죄](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13.1.png)
![[사설]‘미래’ 선택한 도요타 노조, ‘눈앞의 이익’만 보는 현대차 노조](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07.1.jpg)
![베네수엘라 덮친 쌍둥이 강진 [횡설수설/이진영]](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1812.2.jpg)
![[오늘과 내일/황성호]피싱도, 사기도 ‘대포통장’ 막아야 잡힌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100.1.png)
![[동아광장/이은주]사람들은 왜 허위조작 정보를 퍼 나를까](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26/134192097.1.png)
![[오피셜] ‘불꽃슈터’ 전성현, KT서 ‘퍼펙트 10’ 파트너 문성곤과 재회…서민수도 3년 계약](https://pimg.mk.co.kr/news/cms/202605/28/news-p.v1.20260528.c55346b19e8f45bfb362482843760fb3_R.png)

![[속보] '선발 제외' 김혜성 좌익수 교체 투입→첫 타석 158㎞ 총알 안타 폭발](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2811221651742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