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옆에 앉아라” “오빠라 불러”…예비신부 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사실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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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옆에 앉아라” “오빠라 불러”…예비신부 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사실로 확인

입력 : 2026.06.24 19:30

남성 상급자들 사이에 앉혀 “오빠라 불러”
원치 않는 음주 회식 참석 강요
사망 공문서 왜곡, 진상조사 요구 묵살

광주 광산소방서. [ 연합뉴스]

광주 광산소방서. [ 연합뉴스]

예비 신부였던 여성 소방관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가 정부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장기간 이어진 음주 회식 강요와 사적 심부름 동원은 물론, 사망 이후 조직 차원의 부실 대응과 2차 가해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A소방교(당시 28·여)는 사망 전 약 15개월 동안 총 24차례의 음주 회식에 참석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식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술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부적절한 요구가 반복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소방교는 회식 참석 외에도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 관련 업무, 퇴임식 행사 준비, 상급자 차량 운전 등 사적인 업무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상급자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직원에게 술이나 커피 등을 사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A소방교 사망 이후에도 이어졌다. 조사 결과 광주소방본부는 면직 관련 공문서에 고인의 사망 배경이 개인적 문제 때문인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권한 없이 고인의 심리상담 자료를 확보해 일부 내용만 발췌해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자료가 첨부된 공문서는 대외 공개 상태로 여러 기관에 전달돼 논란을 키웠다.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진상 규명 요구에도 별도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사건을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체 조사 과정에서는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간부가 실무조사를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상급 기관인 광주시소방본부 역시 익명 제보와 유족 측 문제 제기에도 적극적인 감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또한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상당 기간 관련자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창석 소방노조 전국위원장은 “소방 조직에 깊이 뿌리 내린 ‘상후하박(상급자에게는 후하고 하급자에게는 박한)’ 문화가 빚어낸 사건”이라며 “상급자 중심의 권위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가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고 문제 제기조차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이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이나 존엄은 지키지 못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낱낱이 밝혀진 진상을 토대로 책임자·가담자 모두 엄중하게 처벌받아 이러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시소방본부 6명, 소방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한 징계를 소방청에 요구할 예정이다. 퇴직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광산소방서의 사행행위 등 추가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별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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