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뉴욕처럼 ‘용적률 사고 팔기’ 가능해진다

6 hours ago 2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5.2.21/뉴스1 ⓒ News1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5.2.21/뉴스1 ⓒ News1
서울시가 문화재 보존, 공항 주변 등의 이유로 개발이 제한된 지역의 용적률을 다른 곳에 넘겨줄 수 있게 하는 ‘용적이양제’ 도입을 추진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서울에서 용적률을 사고파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풍납동 용적률, 역세권에 판매 가능해져

서울시는 용적이양제도의 개념과 절차, 관리 방안 등을 담은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입법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시행은 하반기로 예정했다.

‘용적이양제’는 문화재보호구역처럼 개발이 어려운 지역 용적률(건물을 지을 수 있는 밀도)을 개발 가능한 다른 지역으로 이양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1000%인 A 지역이 문화재로 인한 고도제한 때문에 용적률을 400% 밖에 못 쓴다면, 나머지 600%는 다른 개발 가능 지역으로 판매할 수 있다. 서울 사대문 안이나 송파구 풍납동처럼 문화재 보호구역에서 사용하지 못한 여분의 용적률을 주요 역세권 지역에 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개발제한지역 토지주는 못 쓰는 용적률을 팔고, 개발 가능 지역 토지주는 더 높은 용적률을 활용해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다.

해외에서는 개발권양도제(TDR)란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TDR 은행을 통해 양도·양수 지역을 중재한다. 뉴욕 ‘서밋 원 밴더빌트’는 TDR을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바워리세이빙 빌딩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용적률 약 3000%의 93층 초고층 빌딩으로 개발됐다. 일본 도쿄의 ‘신마루노우치’ 빌딩과 ‘그랑 도쿄’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빌딩으로 지어졌다.

● 국토부에 용적률 상한 등 개정 건의

서울시는 2011년 용적이양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용적률 중개 기구로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을 검토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국내 토지소유권 상 공중권(토지 지표면과 별개의 공중 공간 사용권)이 분리돼 있지 않은 데다, 부동산등기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용도지역 변경이 불가능에 가까운 미국과 달리 서울은 공공기여를 통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한 점도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낮췄다. 서울시는 조례가 제정돼도 용적률을 매입하려면 해당 지역의 국토계획법상 정해진 용적률 상한치까지만 가능하다는 한계를 두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 조례상 일반 상업 지역은 용적률이 800%이고 상위법상 용적률은 1300%이기 때문에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500% 정도 차이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며 “국토교통부에 용적률 법 상한을 넘기더라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일단 처음에는 문화유산 주변이나 장애물 표면제한구역 등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을 위주로 양도 가능한 지역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는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건축법상 서로 떨어진 두 개 이상의 땅을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결합해 재건축하는 ‘결합건축 제도’를 활용해 실제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용적이양제의 실행모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25일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서울형 용적이양제를 주제로 한 도시 정책 컨퍼런스를 열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모색한다. 또 제도 안착을 위해 ‘서울형 용적이양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제도 안정화를 위한 법령․시행령 개정 건의도 꾸준히 병행할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