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사법연수원 19기)은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법원 외부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내란재판부는 위헌 소지"...대법관 증원도 '신중론'
김 법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을 비롯한 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관할 지방법원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대해 별도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같은 질문에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26기)은 “위헌 소지가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고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19기)도 “같은 취지로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법원장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증원 자체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면서도 “증원 인원이나 시기 등은 공론화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법원장 역시 “필요성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대법관 증원 문제는 대법원의 입장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배 법원장도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법원장은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감 당시 90분간 이석하지 못하고 국감장에 머무른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중대한 사건 아니냐”고 묻자, “입법부와 사법부는 견제 원리가 작동하지만 균형과 존중의 원리도 함께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사법부 존중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사법부가 선출 권력보다 아래에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김 법원장은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李 대통령 파기환송' 관련 질의 공방도
이날 국감에서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소심 선고가 3월 26일에 이뤄지고, 다음 날인 27일 검찰이 상고한 지 하루 만인 28일 사건 기록이 대법원으로 송부된 사례가 있었느냐”고 묻자, 김 법원장은 “선거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한 처리를 위해 그렇게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그런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 김 법원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서울고법의 자체 판단이냐, 대법원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지시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서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기록을 전자문서로 확인해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김 법원장은 “전자문서로 확인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 의원이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 사건기록 7만 쪽 전체를 볼 필요 없이 상고이유서만 보면 된다. 사실인정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김 법원장은 “대법원 판결문에 그런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