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시세회복에 전세사기 걱정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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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서울 임차권등기 신청 398건…300건대 31개월 만
비아파트 시세 회복…보증금 반환 여력 커져
"아파트값 폭등, 재개발 기대감에 빌라 수요 확대"

  • 등록 2025-07-02 오전 5:00:00

    수정 2025-07-02 오전 5:52:50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 아파트값 급등이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시세를 올리면서 전세사기 걱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촌(사진=뉴시스)

지난 5월 서울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전세사기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한 임차인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 임차인이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에 대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는 398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신청 건수가 300건대로 내려앉은 것은 전세사기 문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이었던 2022년 10월(368건) 이후 31개월 만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정점을 찍었던 2023년 7월(1863건)과 비교하면 78.6% 감소한 수치다. 올해 1~5월 누적 신청 건수는 257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6112건) 58% 줄었다.

빌라촌이 밀집한 탓에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했던 지역에서도 하락세는 뚜렷하다. 강서구와 관악구의 올해 1~5월 누적 신청 건수는 각각 465건, 2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2%, 51% 줄었다. 특히 지난달 신청 건수는 강서구 65건, 관악구 26건으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임차권등기 신청이 급감한 배경에는 비아파트 시세 회복세가 있다. 강남3구발 아파트값 급등이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리면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2억 9943만원으로, 올해 1월(2억 9827만원)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거래량도 같은 기간 807건에서 990건으로 22.7% 늘었다.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 4912만원으로 2022년 10월(3억 6882만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비싼 아파트값과의 가격 격차, 공급 부족, 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빌라 수요를 유도하고 있다”며 “공급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서울 비아파트 거래와 시세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 역시 임차권등기 신청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세 수요 자체가 줄면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례도 통계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월세 비중은 63.7%로 전년 동월보다 3.4%포인트 증가했다. 고금리, 전세 대출 규제 강화, 전셋값 급등 등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 28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다주택자의 대출을 전면 차단하고 1주택자의 갈아타기 대출에도 제한을 두기로 하면서 실수요자의 전세자금 마련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전세보다 초기 부담이 적은 월세로 수요가 더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번 정부 대책은 전세자금대출을 사실상 차단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 선호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며 “통계상으로는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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