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71곳-울산 1005곳 등 산사태에 취약… 산림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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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도 안전지대 아니다
산 깎아 개발, 산사태 위험 커
아파트-학교 옆 취약지 상당수
위험성 홍보-맞춤형 시설 절실

26일 서울 은평구 불광2동 북한산 생태공원 둘레길 옆 가파른 경사지에는 나무가 뿌리째 뽑혀 뒹굴고 있었다. 거센 비바람 등에 의해 토사가 흘러내리며 쓰러진 것. 산 아래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이곳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취약지역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가장 높은 ‘매우높음’ 등급 지역이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이처럼 도심 지역에도 산사태에 취약한 지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경우 대규모 산사태 방지시설을 짓기 어려운 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파트·학교 근처도 산사태 취약지

산림청은 매년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전국 산사태취약지역은 총 3만4072곳. 광역시도별로는 경북이 6919곳으로 가장 많고 강원 3312곳, 전북 2728곳, 전남 2646곳, 경남 2583곳 순이었다.

이 가운데 울산 1005곳, 대전 530곳, 서울 471곳, 대구 456곳, 부산 357곳 등 특별시·광역시에도 위험지역이 다수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위험이 지방 산간지역에만 있다는 인식과 달리 도심에도 위험지역이 적지 않은 것. 산사태취약지역은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심의위원회가 경사도와 토양 상태, 나무 밀집도 등을 종합 평가해 지정한다. 산사태 위험 5개 등급 가운데 1·2등급인 ‘매우높음’과 ‘높음’ 지역이 해당된다.

상세 지역 중 상당수는 아파트와 학교 인근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의 한 취약지역은 수백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 취약지역은 학생 수 1000명이 넘는 한 중학교 뒤편이었다. 대전 중구 부사동 보문산 취약지역 주변에도 아파트와 주택가가 밀집했고,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는 아예 산사태취약지역으로 둘러싸인 형태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위험 징후가 다수 확인됐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 뒤 취약지역은 경사가 가파른데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었고 토사가 드러난 곳이 많았다. 많은 비가 오면 흙과 나무가 아래 학교로 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였다. 대전 보문산 취약지역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2020년 여름 산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도심이 산사태 위험 지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산 취약지역 둘레길에서 만난 김혜련 씨(56)는 “우리 아파트 바로 뒷산이라 거의 매일 오르는데 산사태 위험 지역이라는 건 오늘 처음 들었다”고 했다.

● “도심 맞춤 소규모 방지시설 필요”

이에 대해 임상준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도심 산의 경우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산을 깎거나 토양과 나무를 훼손하는 일이 많아 산사태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사태취약지역은 2021년 2만6923곳에서 지난해 3만1345곳으로 증가했는데, 도심 산지 개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심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도 크다.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당시 16명이 숨졌고 주택과 도로가 파손됐다. 산사태취약지역 제도도 이 사고 이후 도입됐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산사태 자체도 증가하면서 산림청은 돌망태나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구조물인 사방댐 등 산사태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시설이라 도심에는 설치하기 어렵다. 임 교수는 “큰 돌과 토사만 걸러내는 투과형 소규모 사방댐 등 도심 맞춤형 시설 도입을 고민하고 시민들에게도 위험성을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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