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임준호 제품개발AI팀장
아침마다 “행복하다” 자기암시
입사 4년만에 입원급 ‘특급승진’
배터리 최적설계 몇분만에 끝내
수만 가지 데이터를 조합해 배터리 최적 설계도를 그려내는 인공지능(AI) 전문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첫 AI 전문 연구위원으로 발탁된 임준호 제품개발AI팀장이다.
1989년생인 그는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학·석·박사를 마친 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에 합류했다. 입사 4년여 만에 자사 AI 기술을 대표하는 얼굴로 임원급 대우를 받게 된 그를 지난 11일 만났다.
임 위원은 연구위원 선임 소식에 기쁨도 잠시, 책임감을 먼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임 연구위원 교육에서 ‘연구위원은 그 회사의 해당 기술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듣는 순간 상당히 어깨가 무거워졌다”면서 “그 수식어를 용납할 만큼 잘하고 있나 되묻게 됐다. 아직 부족하지만 스스로 인정할 수 있게끔 해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임 위원이 이끄는 제품개발AI팀의 핵심 과제는 배터리 최적 설계 AI 모델 개발이다. 배터리 산업은 고성능·고안정성 기술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필수다. 고객 요구가 수시로 변하는 점도 설계 속도가 중요한 이유다.
임 위원은 “배터리는 수명 사이클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에 개발 기간이 매우 긴데 이를 단축하는 것이 필수”라며 “과거에 베테랑 개발자의 ‘장인 정신’에 의존해 며칠 밤낮을 고민하던 최적 설계를 이제는 AI가 몇 분 만에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설계는 개발자 숙련도에 따른 편차를 줄일 뿐만 아니라 개발자에게 최적 설계안이란 확신을 주는 근거가 된다.
사실 그가 학부생이던 시절만 해도 AI는 주류가 아니었다. 동기들이 반도체나 통신 산업으로 진로를 정할 때 그는 우연히 접한 AI 딥러닝에 매료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는 “당시엔 AI 관련 과목도 몇 개 없었는데 그저 너무 재밌어서 선택했다”며 “‘어떻게든 굶어 죽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알파고 AI 붐이 터졌으니 참 럭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신조를 따르고 있다. 임 위원은 “아침마다 샤워하며 노래를 틀어놓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있고 참 행복하다’고 일종의 세뇌를 한다”면서 “그럼 흥분해서 연구실로 달려가게 된다”고 말했다. 개발 아이디어는 책상 앞을 떠나서도 수시로 메모한다. 주로 자기 전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어두며 생산성을 높인다.
조직 문화 역시 ‘말랑말랑함’을 지향한다. 그는 AI 개발자이기도 하지만 2022년 입사 때부터 자신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과 협업해온 젊은 팀장이기도 하다. 임 위원은 “역할이 다를 뿐 위아래가 있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AI 개발 분위기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최대한 수직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하려 한다”며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제약 조건을 없애고 자율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많은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한 것도 역설적으로 대기업이면서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임 위원은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AI 도입이 어떻게 보면 한 부서를 없애는 역할로 보일 수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어서 오히려 현장에서 ‘제발 AI로 도와달라,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온다”며 “이기는 혁신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쓰려는 분위기가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배터리 AI 모델 개발의 공을 현장 개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AI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현업 엔지니어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용어를 설명하며 고생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모델만 잘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며 “AI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내부 개발자들이 실제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모델을 최적화해 나가는 서비스 관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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