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외형 확장보다 버티기를 택했던 영국 기업들이 플랫폼 인수를 새로운 활로로 삼으며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특정 제품이나 고객층에 의존하던 단일 브랜드들은 버티기 전략만을 고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수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구조를 넘어 수익 다변화와 리스크 완충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는 모양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촉발된 디지털 전환 흐름 속 플랫폼 인수·합병(M&A)은 영국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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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온 영국 기업들은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플랫폼 인수에 속도를 냈다.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수용하는 플랫폼 확보만이 리스크 분산과 수익 다각화의 핵심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선점한 기업들이 빠르게 경쟁 우위를 점했던 만큼, 이커머스 플랫폼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 자산으로 부상했다.
플랫폼 인수를 향한 영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최근에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프리미엄 베이비웨어 브랜드 모리는 최근 유아용품계의 미니 아마존으로 통하는 유아용품 플랫폼 ‘키들리’를 인수했다. 키들리는 프리미엄 유아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동시 자체 브랜드 상품도 함께 판매하면서 급성장한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자체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팔던 모리는 △제품 라인업 강화 △고객 데이터 통합관리 △고객 맞춤형 마케팅 및 제품 개발을 두루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영국의 온라인 금융 거래 서비스사 IG그룹은 올해 1월 밀레니얼과 Z세대 투자자를 대거 보유한 주식 거래 플랫폼 ‘프리트레이드’를 인수했다. 웹 중심의 트레이딩 플랫폼을 운영해온 IG그룹은 경쟁사들이 ‘수수료 없는 거래’로 치고 나오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매물을 들여다 봐왔다. 그러다가 모바일 앱 중심의 주식 거래 플랫폼이자 수수료 없는 거래와 트렌디한 유저인터페이스(UI)로 젊은 고객을 사로잡은 프리트레이드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고, IG그룹은 경쟁력을 강화하기에 적합한 인수 대상이라고 보고 투자를 집행했다.
단일 브랜드로 시작해 리테일 공룡이 된 대기업이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플랫폼을 인수한 사례도 있다. 영국의 리테일 공룡인 프레이저그룹은 지난해 6월 더헛그룹의 럭셔리 패션 플랫폼을 인수했다. 해당 플랫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럭셔리 패션 온라인몰 ‘코글스’와 하이엔드 슈즈 온라인몰 ‘올솔’, 여성용 디자이너 가방 온라인몰 ‘마이백’과 패션·뷰티·홈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 이커머스 사이트 ‘더헛’이 포함된다. 프레이저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분야를 기존의 저가 리테일에서 럭셔리로 확장하게 됐고, 더헛그룹은 비핵심 자산 정리로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는 “전 세계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플랫폼 인수를 비롯한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는 발판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기술과 미디어, 통신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